알코르가 방사장 곰숲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박종식 기자
알코르가 방사장 곰숲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박종식 기자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됐던 반달가슴곰 ‘어푸’는 3년 전 구조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사육곰 보호시설에서 새로운 ‘곰생’을 살고 있다.

봄바람이 살랑대던 지난 18일, 얼굴을 물에 담그고 ‘어푸어푸’ 물놀이를 좋아해 이름 붙여진 어푸는 2평 남짓한 사육장을 나와 100평 규모의 방사장으로 나아갔다. 어푸는 활동가들이 곳곳에 숨겨놓은 먹이를 찾으며 행동을 풍부화하고, 산책하다 물놀이를 즐겼다. 한창 놀던 어푸는 봄볕에 따뜻하게 데워진 흙바닥에 몸을 뒹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듯한 자세로 잠을 청했다.

강지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가 폐쇄회로카메라로 13마리 곰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강지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가 폐쇄회로카메라로 13마리 곰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이곳에서 어푸를 비롯해 반달가슴곰 12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본래 곰 농장이던 곳을 개조해 만든 ‘곰 보금자리’에는 3명의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들이 곰을 돌보고 있다. “사육장에서 생크추어리(동물 보호 구역)로 가는 준비 단계”라며 강지윤(29) 활동가는 보금자리의 시설과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낡고 부서진 사육장을 수리해 해먹과 장난감을 설치했지만,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보니 곰이 곰다울 수 없는 공간이었다. 사육 곰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민간 생크추어리 건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과 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지예 활동가가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의 먹이를 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도지예 활동가가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의 먹이를 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현재 국내에는 300마리 남짓의 곰이 사육 중인데, 지난해 개정된 야생동물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6년까지 구조되거나 도축될 운명에 처해 있다. 현재, 열살이 넘은 사육곰은 웅담 채취를 위한 도축이 가능하다. 정부는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곰 생크추어리를 건립할 예정이지만 120여 마리밖에 수용할 수 없어, 구조되지 못하는 곰들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반달가슴곰 ‘어푸’가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곰 보금자리’ 방사장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반달가슴곰 ‘어푸’가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곰 보금자리’ 방사장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육 곰들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비극을 수습하기 위한 노력에 우리가 화답할 차례다. 사육 곰 구조단체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후원은 누리집(https://projectmoonbear.org/intro)에서 할 수 있고, 관련 소식은 인스타그램(@project_moonbear)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