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온 인턴과 레지던트들의 수련이 시작되는 3월의 첫 평일인 4일, 서울 강남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본관에선 교수급 의사와 간호사들이 바삐 오갈 뿐 젊은 의사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데 이어 새롭게 전공의 및 전임의 과정을 시작하려던 이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하고, 기존 전임의들도 재계약을 망설여 인력 수혈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있던 전임의 절반 이상이 재계약을 안했다. (그 후폭풍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 7854명(지난달 28일 기준)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하고, 전·현직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에 대한 소환조사를 예고하는 등 법적·행정적 조처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공의(인턴 및 레지던트) 과정에 등록해야 할 이들이 대거 등록을 포기하고,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들마저 이탈 움직임을 보이며 의료 공백이 더욱 심각해 질거란 우려가 나온다.
우선 서울 시내 주요 수련병원들은 매해 3월 새로 들어오던 인턴과 레지던트가 거의 없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으려면 수련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해야 하는데, 새로 인턴이 될 예정이었던 의대 졸업생들이 인턴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앞서 새로 인턴이 될 예정이었던 의대 졸업생 대다수는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지난달 말 계약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말까지 연세의료원장이었던 윤동섭 연세대학교 신임 연세대 총장은 “(1일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해야 할 인턴 정원이 150명인데, 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은 3명”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외래 진료는 약 20% 감소했다. 수술과 응급실 운영도 평소의 50% 수준, 입원 병원실도 56~57% 수준으로 운영 중”이라며 “교수들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 역시 “인턴 99%가 아직 계약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그간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웠던 전임의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분위기다. 가천대 길병원 등 인천시 상급병원의 전임의 신규 계약 당사자 50명 가운데 9명 만이 계약을 완료했다. 전남 화순군 전남대병원은 50명 전임의 신규 계약 대상자 중 21명이 계약을 최종 포기했다. 광주 조선대병원은 전임의 신규 계약 대상자 14명 중 11명이 포기했다. 천안 단국대병원도 3월부터 근무해야 하는 전임의 10명 중 5명만 계약했다. 수도권 한 수련교육기관의 소아과 전문의는 “4년차 레지던트 1명이 남아있었는데 전임의 계약을 하지 않고 떠났다. 인턴 1명과 레지던트 1명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의미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병원에선 내과 등 필수의료 쪽 전임의 재계약 비율이 특히 낮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승범 고려대안암병원 병원장은 “내과계나 필수 의료 쪽 재계약 비율이 심각하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임의 재계약률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관별로 보면 상당히 차이가 난다”며 “전임의들이 예정된 계약을 이행하고 또 현장 의료의 문제가 없도록 정부로서는 최대한 지원을 해 나가도록하겠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