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지입차주 노동자라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했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 25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문서파쇄 업무를 하다 사고로 손가락이 잘리는 등의 피해를 본 지입차주 ㄱ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지입차주는 자신이 차량을 사서 운수회사의 영업용 차량번호판(노란색)을 받아 일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ㄱ씨는 2012년 문서파쇄 및 운송 업무를 하는 ㄴ사로부터 8톤 화물차량을 인수해 지입계약을 맺고, ㄴ사가 ㄷ사로부터 위탁 받은 업무를 수행했다. 5년 동안 일을 했던 ㄱ씨는 2017년 7월께 문서파쇄 업무를 하다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왼손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피해를 본 ㄱ씨는 “ㄷ사 소속 노동자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요양불승인 처분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ㄱ씨가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 차량을 인수한 지입차주이고, 용역비를 ㄷ사로부터 제공받은 것일 뿐 종속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산재보헙법상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ㄷ사는 사고 당시 3명의 직영기사와 4명의 지입차주를 뒀는데 직영기사와 마찬가지로 ㄱ씨에 대해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와 업무수행을 감독했으며, ㄱ씨의 업무는 ㄷ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ㄱ씨의 차량은 ㄷ사의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며 “ㄱ씨가 ㄷ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사업자등록을 하는 등 사업주로서 부가가치세를 납부했지만 ㄱ씨의 근로자성을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