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중사와 관련해 2차 가해 차단 조치를 하지 않고 공군본부에 거짓 보고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직속상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차 가해를 한 중대장과 허위 보고를 올려 수사 지연 사실을 숨긴 전 군검사에겐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는 15일 군형법의 지휘관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 당시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행단) 대대장에게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명예훼손 혐의와 허위보고 등 혐의로 각각 기소된 김아무개 전 중대장과 박아무개 전 군검사에겐 징역 1년이 선고됐다.
20비행단 소속 이예람 중사는 당시 선임이었던 장아무개 중사 등에 의한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인 2021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국방부 수사가 진행됐으나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졌고, 2022년 꾸려진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부실 수사에 연루된 전익수 당시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8명을 기소했다.
직속상관인 김 전 대대장은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차단 조치를 하지 않아 지휘관으로서 직무를 유기하고 공군본부에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이뤄진 것처럼 허위보고한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전 대대장이 2차 가해 차단 조치를 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선 주의 내지 경고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김 전 중대장 등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2차 가해를 방지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2차 가해 방지 조치가) 다소 부족했더라도 그런 이유만으로 직무유기죄 성립을 인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 중사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분리된 것처럼 공군본부에 허위보고한 혐의 혐의 역시 “(김 전 대대장이) 이 중사가 사건 직후 청원휴가를 나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가 이미 이뤄졌다고 말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통상 피해자에게 청원휴가 조치를 하면 공간 분리가 된 것으로 이해된 당시 인식 등에 비춰보면 허위보고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중대장은 이 중사가 새로 전입하려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의 한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다. (성폭력 피해가 일어난) 20비행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는 허위 사실을 말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속을 간 15비행단에서조차 자신을 냉랭하게 대하는 시선과 반응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결국 정착이 어렵다고 판단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일반적인 명예훼손 범죄와는 그 죄질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전 군검사는 이 중사 사건을 송치받은 뒤 2차 피해 정황을 알았으나, 개인적인 사유로 조사 일정을 바꾸고 수사를 연기해 사건을 은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피해자 조사일정을 연기했는데, 이예람 중사의 사망 이후 사건 처리 지연이 문제 되자 이와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거짓된 보고를 했다”며 “그 결과 군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초래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고 했다. 박 전 군검사는 현재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선고를 듣던 이 중사의 어머니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중사 어머니는 의식을 찾은 뒤 법정경위의 부축을 받아 밖으로 나갔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선고가 끝난 뒤 김 전 대대장에게 “니가 무죄라고”라고 고함치며 통곡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