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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2020년 인수한 서울 시내버스 회사인 동아운수 직원들이 천장 곳곳에서 빗물이 새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파트너스는 시내버스 회사들을 인수하며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낙후된 시설들을 교체하거나 신규로 구비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영상을 보면, 강북구에 있는 서울 시내버스 2위 업체인 동아운수 수유동 영업소 2층에 마련된 구내식당 천장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직원들이 쓰는 샤워장과 탁구장에도 폭우로 들어찬 물이 바닥에 흥건히 남아 있었다.
동아운수 직원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23년에 포로수용소도 아니고 비가 떨어지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불행한 현실”이라며 “샤워장에 도시가스 배관이 있는데도 비용 절감을 위해 용량이 작은 전기 온수기를 설치하는 바람에 2~3명이 쓰고 나면 더는 온수를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가 지난해 인수한 서울의 또 다른 시내버스 회사인 선일교통 상황도 비슷하다. 이 회사에서 일하다 최근 이직했다는 운전기사 ㄴ씨는 “오전반은 2끼, 오후반은 1끼를 식당에서 먹는데 식사 수준이 엉망”이라며 “옮긴 회사에서 매 끼니 고기와 생선 등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나오는 걸 보고 선일교통은 식대에서 많이 빼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파트너스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아 버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과 인천, 대전의 시내버스 회사들을 2019년부터 무더기로 인수하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금융 자본과 대기업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쥐어짜기 경영을 한 뒤 당기 순이익을 뛰어넘는 배당 잔치를 벌이고, 버스회사가 소유한 차고지 매각이나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실태가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하지만 차파트너스는 이번 달에도 인천의 버스회사인 선진여객을 추가로 인수했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버스회사들을 무더기로 인수한 까닭에 대한 <한겨레> 질의에 “운수사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 낙후된 시설(정비시설, 운전사원 휴게실, 화장실 등)들을 교체 혹은 신규로 구비하였으며, 식사 또한 전문 케이터링 업체에 위탁 운영함으로써 훨씬 양질의 식사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는 이날 차파트너스 쪽에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차파트너스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