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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된 뒤)1주일 동안은 창문도 없는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반지하 보호실에 아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1주일 지나서야 (창문이 있는) 지상 보호실로 옮겨졌고, 구금 기간 동안 아이가 아토피도 있고 지병도 있었는데 감기까지 걸려 소아과 진료도 두번이나 받아야 헀습니다.”
지난 4월1일 정부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에 적발돼 수원 출입국청에 아들과 함께 20일 가까이 구금됐다가 고국으로 강제 송환된 몽골인 ㅇ(22)씨는 지난달 4일 진행된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와의 화상 통화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어린이, 장애인 등을 가리지 않고 강제퇴거 대상이기만 하면 무기한 구금이 가능한 출입국관리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법무부가 2025년 3월까지 법적 효력이 유지된다는 이유로 3살 아동을 외국인보호소에 19일 동안 구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 법무부가 미등록 체류 이주민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와중에 벌어진 일로, 3살 아동 보호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시도했지만 법무부는 이들을 강제출국시켰다.
한국은 ‘부모의 지위(미등록 체류)를 이유로 이주 아동을 구금하는 것이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아동 최선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규정한 유엔 아동권리협약(CRC)에 1991년 가입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아동 구금은 최후의 조치로서 최소기간에 국한하고, 불가피한 경우 가족 보호에 적합한 별도 시설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13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ㅇ씨는 2020년 2월께 임신 중이었던 여자친구와 함께 한국 여행을 왔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몽골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한국에 머물게 됐다. 당시 몽골 정부는 해외 거주 중인 자국민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시행했다. 한국 정부는 그런 상황에 맞춰 그의 체류 기간을 연장해줬지만, 여자친구 뱃속에 있던 아들이 예정일보다 한달 이른 6월6일 ‘미숙아’로 태어나며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아들 ㅌ(3)군은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했고, 호흡곤란·고혈압·기흉 등이 발견돼 의료진은 지속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료비로 3천만원이 청구됐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ㅇ씨 체류 기간을 2020년 12월까지 연장해줬지만, ㅇ씨는 이 기간이 지나서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미등록 체류자로 머물기로 결심했다. 치료비 3천만원 가운데 갚아야 할 돈 570만원이 있었다. 그는 생활비와 치료비를 위해 한국에 머물며 불법 노동을 했고, 그사이 산후우울증을 앓던 아내는 아들과 남편을 떠났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자 정부는 대대적인 미등록 체류자 합동 단속을 벌이기 시작했다. ㅇ씨 역시 지난 4월1일 경찰 단속에 적발됐고, 수원 출입국청에 넘겨져 보호실에 갇혔다. 지인이 아빠의 체포로 혼자된 아들을 수원 출입국청에 데려다줬다.
ㅇ씨는 아들을 위탁 교육 기관에 보내달라고 부탁했지만 출입국청은 거절했다. 이어 수원 출입국청은 아이와 함께 수용되는 것에 동의를 구하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했다.
화장실과 생활 공간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곳에 유아용 변기 등 아동용품이 있을 리 만무했다.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이는 변비와 배앓이에 시달렸다. 19일 동안 감기 몸살로 소아과 진료도 두 차례 받았다. ㅇ씨는 4월5일 수원 출입국청에 보호 일시해제를 요청했지만 ‘이유 없다’며 불허 판정을 받았다.
구금 17일차부터 ㅌ군은 아예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에 ㅇ씨는 4월19일 지인을 통해 ‘아이가 구금돼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 보호 해제를 원한다’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냈다. 수원 출입국청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20일 오전 “병원에 가자”며 ㅇ씨 부자를 데리고 나섰고, 그길로 이들은 인천국제공항으로 보내져 몽골로 강제 출국됐다. 구금과 강제출국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ㅌ군은 여전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의사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일 변호사는 “부모에게 동의를 강제해 대안 없이 아동을 구금한 것과 보호 일시해제를 거절한 것은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아동학대를 정부가 한 것과 다름없다”며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단과 아동권리협약에서 아동 구금 금지를 권고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ㅇ씨의 지인에게 (아이를) 돌봐줄 것을 부탁했지만 지인이 돌봐줄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보호실에 수용한 것이고, ㅇ씨는 ㅌ군을 위탁 교육 기관에 보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었다”며 “외국인 보호 규칙에 위배되는 내용은 없었지만, 앞으로 아동과 관련된 문제는 더욱 섬세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