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 9시50분께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주최한 ‘2차 노숙문화제’ 참가자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다. 고병찬 기자
9일 밤 9시50분께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주최한 ‘2차 노숙문화제’ 참가자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고 있다. 고병찬 기자

“억울하고 분합니다. 대법원에 들어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앉아만 있는데 이렇게 많은 경찰이 사람들을 끌고 나가다니요. 경찰은 우리를 사람으로도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정말 목줄 찬 개를 끌고 나가는 것 같네요.”

9일 밤 경찰의 집회 강제 해산 조처가 시작되자 이상린(44) 전국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조합원은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 동료 4명과 서로 팔짱을 꼭 낀 채 말했다. 앞서 동료 조합원 3명이 끌려나간 것을 본 그의 눈가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손을 떨던 그는 곧 경찰에 의해 양팔이 잡힌 채 이끌려 나갔다.

경찰이 대법원 앞에서 열린 비폭력 야간문화제에 대해 또다시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이들이 신고하지 않고 사실상의 ‘집회’를 했다고 간주하고 해산 절차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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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후문 인근에서 ‘2차 노숙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200명(주최 쪽 추산)의 참가자들은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한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이영수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된 지 3년이 다 되어 간다”며 “노동자들의 희생을 막고자 대법원의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기 위해 문화제를 진행한다”고 했다.

이날 문화제는 저녁 6시30분부터 문화예술인들의 공연과 발언 등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현수막·몸자보를 이용하고, 구호를 외친다는 이유로 사실상의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 조처에 들어갔다. 지난달 25일 1차 문화제에 이어 두 번째 강제 해산이다.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은 방송을 통해 대법원 100m 이내는 집회 불가 지역이고,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를 준다며 3차례 해산 명령을 내린 후 밤 9시21분부터 해산 조처를 시작했다. 해당 조처로 이때까지 남아있던 문화제 참가자 40여명이 강제로 끌려나갔다. 경찰은 기동대 700명(12개 부대)을 동원했다. 경찰의 강제 해산 조처로 남성 참가자 2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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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9시50분께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주최한 ‘2차 노숙문화제’ 참가자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팔짱을 끼고 저항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9일 밤 9시50분께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주최한 ‘2차 노숙문화제’ 참가자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팔짱을 끼고 저항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참가자들은 이러한 경찰의 강제 해산 조처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현장에 참가한 금속노조 법률원의 김유정 변호사는 “집회의 금지와 강제 해산 명령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실시할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례”라며 “경찰이 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혐오하고 있다. 이날 조처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고, 경찰관 직무집행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 노동법률 시민단체들과 끝까지 문제 삼겠다”고 했다.

공동투쟁 쪽은 밤 11시30분 강제해산 이후 서초역 3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 공터에서 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공동투쟁 관계자는 “계획대로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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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저녁 7시8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후문 쪽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2차 노숙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9일 저녁 7시8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후문 쪽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2차 노숙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