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오른쪽 둘째)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감염관리교육’에서 타투 작업 전 시술 도구를 놓아둘 부직포를 멸균기에 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도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오른쪽 둘째)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감염관리교육’에서 타투 작업 전 시술 도구를 놓아둘 부직포를 멸균기에 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타투를 하고 싶지만 감염 등 위생이 걱정된다는 이들을 위해 의료계와 타투업계가 새로운 실험에 착수했다.

지난 20일 오후 2시30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지하2층 회의실. 김도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녹색병원 의료진 앞에서 의료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 타투 작업 과정을 시연했다. 이날 ‘작업’이 특별했던 건 처음으로 ‘완전 멸균’에 가까운 상태를 만든 채 타투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멸균은 세균을 증식할 수 있는 아포(포자)까지 완전히 사멸시키는 과정이다. 세균의 아포까지 제거하려면 고온 증기, 화학물질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 타투유니온은 ‘완전 멸균’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기 위해 소형 멸균기와 이안에 들어갈 수 있는 무선 타투기계, 멸균된 잉크컵 등 관련 물품을 업체 쪽에 별도 생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른 타투이스트들을 상대로 감염관리 교육을 하게 될 타투이스트 3명은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김 지회장의 시연을 뚫어지게 지켜봤다. 서울 종로구에서 타투 작업을 하는 윤지수 타투유니온 홍보부장은 “멸균 준비를 마치고 작업을 해도 손님들이 화장실을 가거나 휴식 시간에는 작업 부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의료진에게 묻기도 했다. 녹색병원 의료진은 “작업 부위를 손님이 손대지 않게 거즈로 덮어주고 주의하라고 안내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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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업계가 더 많은 비용과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감염관리에 나선 것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 합법화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우려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의료계는 ‘피부에 상처를 내고 잉크를 주입하는 것은 출혈·염증·감염 등 부작용을 유발해 인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김 지회장은 지난 2020년 2월 타투유니온을 설립한 직후 녹색병원과 협업을 논의했고, 이듬해 3월 ‘그린타투센터’가 출범했다. 초대 이사장은 임상혁 녹색병원장이 맡고 있다.

소독의 수준이 아닌 멸균 상태의 작업 환경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지침을 만드는 만큼, 타투를 더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침을 지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타투를 받는 사람도, 타투를 하는 사람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를 적용해본 타투이스트 김유승씨는 “체감상 손님들의 회복이 더 빠르고 타투의 결과물도 더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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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주요국에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금지한 것은 한국뿐이다. 일본은 지난 2020년 최고재판소가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라고 판결하면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하는 의료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관련 단체들이 낸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의료인의 문신과 반영구화장 시술의 위법 여부에 대한 심리를 진행 중이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