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사회일반

일 탈원전 운동가 “오염수 터널 완공돼도, 합의 없는 방류 절대 안돼”

등록 :2022-09-17 09:00수정 :2022-09-17 15:21

[한겨레S] 인터뷰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이달 초 바다 밑 80여m까지 진척
“교반기·처리수 펌프도 작업 중
배출 총량·위험도 여전히 불투명
일본 내서도 피폭·산업 피해 우려
제1원전에 건설되고 있는 철골 갱도의 모습. AP 연합뉴스
제1원전에 건설되고 있는 철골 갱도의 모습. AP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현 원자력발전소 앞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달 4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저장탱크에 담긴 방사성물질 오염수(처리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위한 해저터널 공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방사성물질을 감소시키는 장비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바다로 흘려보낸다는 계획을 세웠고, 결국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 주변국들뿐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알프스의 방사성물질 제거 능력이 분명치 않은데다, 얼마나 많은 양의 오염수를 쏟아낼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도쿄전력은 한달여 뒤인 지난 6일, 80여m가 완공된 해저터널 공사 현장을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께 오염수 배출 강행 의사를 굽힐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도쿄전력과 정부가 이해관계자들과 ‘합의 없이 오염수를 방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문서가 있는데, 어업인과 환경단체 등의 합의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도 시설공사 완료와 안전성 검사 등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 대표는 국제적 명성을 가진 탈원전 운동가이자, 일본 내 원자력 정책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일본 민간 싱크탱크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로 24년째 일해오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전자우편으로 이뤄졌다.

오염수 터널 착공 벌써 한달

―해저터널 공사를 시작한 지 한달이 됐다.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

“해저터널 굴착 공사가 지난달 4일 시작됐다. 동시에 오염수를 담아둔 저장탱크 안의 오염수 교반기(여러 물질이 고루 섞이도록 휘젓는 장치), 처리수 이송 펌프, 해수 취수를 위한 제방의 설치 공사 등이 시작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방류시설 공사와 관련해 ‘진척 상황을 제때 알리겠다’고 말해왔지만, 아직 도쿄전력 누리집 등에는 공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만한 정보가 없다. 공사에 앞서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2개 지자체와 후쿠시마현 쪽이 방류시설 착공에 대한 사전 양해를 해줬다. 곧바로 다음날, 시민단체가 후쿠시마현 청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시민단체의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어업인 단체 역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내년 6월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인데, 현실화될까?

“오염수 해양 방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업인 단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도쿄전력과 정부가 어업인 단체와 ‘합의 없이 오염수를 방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문서를 교환했다. 그러나 어업인 단체들은 올해 총회에서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특별 결의를 올리고 있다. 이들에게서 합의를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기술적 측면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내년 6월 방출을 하기 위해선 현재 진행되는 여러 공사를 예정대로 끝내야 하는 문제뿐 아니라, 이후에 실시해야 하는 안전성 시험 등 각종 과제도 넘어야 한다. 이 같은 시험을 통과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현실적 문제들도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작업원 가운데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등 현장 문제도 공사 시간을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어느새 80m 진척, 바다 밑 무슨 일이

지난 6일 도쿄전력이 일본 언론에 공개한 공사 현장을 보면, 오염수 방출을 위한 터널 공사는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가 공개한 터널 모습에서 터널은 사람과 장비가 충분히 지나다닐 만한 거대한 원형 콘크리트·철골 기반으로, 그 안에 초록빛이 도는 배수관로 10여개가 길게 이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터널은 착공 한달 만에 이미 바다 쪽으로 80m쯤 뻗어나간 상태다. 도쿄전력 쪽은 후쿠시마 제1원전 5호기와 6호기의 배수로를 기점으로, 바다 밑 하루 16m 길이의 터널을 확장해가고 있다. 터널은 육지로부터 1㎞ 떨어진 곳에 배출구를 낼 계획이다. 도쿄전력 쪽은 “내년 봄께 시설 완공이 목표”라며 “다만 기상 조건 등에 따라 여름으로 완공이 늦춰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4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일본 정부가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에 만족한다”며 도쿄전력 손을 들어주는 등 해저터널 착공 이전 과정부터 논란이 많았다.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를 보면, 이번 건과 관련해 ‘공중 및 기타 이해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되어 있다. ‘이해관계자’라는 말에 대해 보고서는 ‘일반 시민을 대표하는 개인 또는 조직, 산업, 공중위생·원자력·환경을 담당하는 정부기관 또는 부서, 과학기관, 뉴스미디어, 환경단체, 검토되는 시설 또는 주변에 거주하는 지역생산자와 주민 등 방출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특정 행동 양식을 가진 집단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특히 ‘다른 나라, 특히 인근 국가에 소재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현재 상황은 (국제원자력기구가 말했던)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하기 어려운데도, 국제원자력기구가 이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진전을 이뤘다’고 판단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 조사단의 지적을 통해 실시 계획과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의 내용을 충실하게 보강할 수 있었다”며 방출 계획을 밀어붙일 근거로 삼고 있다.

“2021년 11월 도쿄전력이 제출한 ‘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의 해양 방출과 관련된 사람과 환경에 대한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를 보면, 일본 국내 규제법에서도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유기결합형 트리튬(삼중수소)’의 영향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내용을 충실하게 보강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민사회에서 요구해온 방사성물질 방출 총량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핵종별 방출 총량을 밝히는 것은 오염수 방출에 앞서 정부와의 합의나 협의의 전제가 되는 것인데, 이것이 공표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국제원자력기구 역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에 방출 총량 발표를 요구해야 한다.”

지난 3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오염수의 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AP 연합뉴스
지난 3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오염수의 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AP 연합뉴스

“지금 당장 멈춰야”

―해저 배출에 따른 안전성 문제를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현재 오염수에는 인체 내부에 들어와 내부 피폭의 위험이 있는 트리튬을 포함해 64개의 방사성 핵종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방사성물질량이 해양 방출이 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알프스를 반복해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오염수 방출은 30년 이상 지속된다. 또 위험 평가는 오염수가 해양 환경에서 바다 전체로 일정하게 퍼져 희석되는 것으로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지역의) 해저에 축적되거나 어패류에 축적·농축될 것이다. 결국 이런 것들을 먹는 사람들은 피폭으로 연결된다.”

―오염수 방출 단계가 ‘계획’에서 ‘실행’으로 들어선 셈이다.

“그렇다. 방사성물질에 의한 피폭 우려, 관광업계 영향, 어업·임업·농업 영향 등을 우려·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을까?

“해양 방출 계획을 당장 중단하도록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전세계 원자력발전소에서 지금도 일상적으로 삼중수소가 방출된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일상적 삼중수소 방출도 결국 방사능 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처럼 삼중수소를 포함해 64개 핵종이 한꺼번에 방출되는 사례는 전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는 것이다. 방사성물질 방출 총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 채, 향후 30년 이상 방출이 계속된다. 이들이 뿜어내는 방사성물질로 인한 해양 환경의 오염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미안해, 기억할게…엄마는 오늘도 딸에게 카톡을 보낸다 1.

미안해, 기억할게…엄마는 오늘도 딸에게 카톡을 보낸다

이태원 희생자 ‘마약 검사’ 부검 권유한 검찰…“우리 애 두번 죽이냐” 2.

이태원 희생자 ‘마약 검사’ 부검 권유한 검찰…“우리 애 두번 죽이냐”

‘자금줄 김건희’ 도이치 재판서 드러난 흔적, 계좌·파일·녹취록 3.

‘자금줄 김건희’ 도이치 재판서 드러난 흔적, 계좌·파일·녹취록

실내 마스크 벗는다?…대전시, 의무 해제 예고 4.

실내 마스크 벗는다?…대전시, 의무 해제 예고

[단독] 화물연대에 응답한 유엔 기구 “즉시 개입” 5.

[단독] 화물연대에 응답한 유엔 기구 “즉시 개입”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