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매달 카드값 결제일이면 ‘그만 살 결심’을 합니다. 아무래도 쇼핑 중독인 것 같습니다. 별로 배가 안 고픈데 뭐든 먹고 싶은 심리적 허기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뭐든 사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매일 소소하게 사고, 가끔 큰 것도 삽니다. 회사에서 좀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월급에 육박하는 물건을 산 적도 있습니다. ‘늘 마음에 두고 있었으니 이때가 지를 때다’ 하면서요. 그런데 막상 사고 나면, 간절히 사고 싶었던 때만큼 가치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쇼핑 중독,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매일 사는 사람

A. 끊기 힘든 쇼핑 때문에 고민을 토로하셨네요. 그런데 먼저 정확히 해두자면 이것은 쇼핑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입니다. 나 자신이 마음의 하인이 되어서 일어나는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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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이끄는 대로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마음은 제대로 훈련된 적이 없어, 우리의 주인 행세를 하지요. 그런데 이런 말이 있어요. ‘마음은 하인이 되기에는 적절하나, 우리의 주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끊임없이 사고 또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지갑을 여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말하자면 마음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 되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내가 어떤 때에 허기를 느끼는지 알지 못하고, 어떤 마음으로 소소한 물건을 사들이는지, 비싼 물건을 사기 전에 내 마음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사야겠다는 충동이 드는 때부터 ‘내가 지금 왜 또 이런 행동을 한 건가’라고 느끼는 때까지 일종의 잠든 상태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니 본질적으로 깨어 있다고 말할 수 없고, 결국 어마무시한 카드값 고지서를 받아들고 충격을 먹었을 때만 잠시 깨어나는 것이니 나는 잠들어 있던 것이나 다름없다 말할 수 있지요.

무언가 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 카드 비밀번호를 넣기 직전에, 백화점 문을 들어서기 직전에, “3개월 할부로 해주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쇼핑 앱을 들어가서 여기저기 헤매고 있는 그 순간에, 일단 멈춰보는 것부터 노력해보세요. 그리고 정말 사력을 다해 자기 마음을 꽉 붙잡고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 이것을 사려고 하는 마음이 있구나, 이것이 정말 필요한가? 아니면 나는 또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이것을 사고 나서 나는 후회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이것을 사는 것이 혹시 지금 기분이 나빠서 이런 식으로 나에게 보상하려는 것은 아닌가? 일단 제대로 멈추면 이러한 질문을 건넬 수 있는 공간이 열립니다만, 보통은 멈추는 것조차 못 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는 것이 늘 카드 고지서가 날아온 다음으로 미뤄집니다. 마음을 훈련한 적이 없으니까요. 소비하는 순간 얻어지는 성취감과 알량한 쾌감은, 우리 마음의 진짜 과제를 외면하게 만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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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묻습니다. 정말 소비가 문제일까요? 외로움, 공허함, 분노, 슬픔, 자격지심, 패배감…. 우리의 진짜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정말로 문제일까요? 진짜 내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마주할 용기를 내어보세요. 상담이나 명상 등 마음을 돌보는 방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삶이 유한하고, 우리가 버는 돈이 유한해서 참 다행 아닌가요? 흥청망청 쓰면서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는 삶보다,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삶이 더 많은 가능성을 품을 테니 말입니다.

곽정은 작가, 메디테이션 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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