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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대형병원 간호사의 죽음…‘빅5’에 뇌혈관 수술 의사가 없었던 이유는

등록 :2022-08-05 07:00수정 :2022-08-05 11:46

서울아산병원 누리집 갈무리
서울아산병원 누리집 갈무리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같은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진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아산병원은 규모와 의료 수준이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빅5’ 병원이자, 지역응급의료센터라는 점에서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과 응급 이송체계 부재 등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건의료 분야 시민단체 6곳이 모인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에 대한 성명’을 내어 “2700병상이 넘는 굴지의 병원에 뇌출혈 응급수술 집도의가 없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라며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확충을 위한 인력 기준을 제도화하고 공공적인 의료인 양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근무 중이던 간호사 ㄱ씨가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당시 병원 내에 수술할 의료진이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ㄱ씨는 머리를 열고 수술을 해야 하는 개두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아산병원에서 해당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 2명은 모두 휴가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문제가 이번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신경외과)는 “우리나라 ‘빅5’ 병원에 뇌혈관 외과 의사가 기껏해야 2~3명밖에 없다는 게 사안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방 교수는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 외과 교수 달랑 2명이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을 서며 50살이 넘어서까지 근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며 “뇌혈관 외과 의사를 양성해놓으면 대부분 머리를 열고 수술하지 않는 뇌혈관내시술(신경중재시술) 의사의 길로 선택하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중재시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과 달리 색전술(혈관 내 색전을 이용해 출혈을 억제하거나 종양 전이를 방지하는 치료)이나 스텐트(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만든 의료기기) 등 비수술적인 시술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병원의 수익성 추구→자리 부족→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개두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리스크도 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병원도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 자리를 많이 만들어놓지 않는다”며 “자리를 만들어놔야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개두술 분야로 갈 텐데, 그렇지 못하니 다들 척추 분야로 빠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4일 <한겨레>가 빅5 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 수를 분석한 결과, 각 병원 신경외과 의사 수는 20명 안팎이었지만 이 가운데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 수는 모두 5명 미만이었다. 뇌혈관이나 뇌동맥류 등 개두술이 가능한 의사는 세브란스·서울성모·삼성서울 병원 각각 4명, 서울대병원 3명뿐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서울아산병원은 2명으로 그 수가 더욱 적었다.

이에 의료단체들은 정부가 제도로써 병원에 필수 의료인력 고용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병원이 수익을 쌓아두고도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필수의료 부문을 등한시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라며 “병원 자율로 인력 고용을 맡겨놓기보다 정부가 특정 진료에 전문의 인력 고용을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의료인력 기준을 규정해놓은 의료법 시행규칙을 보면 종합병원은 1년 평균 하루 입원환자를 20명으로 나눈 수만큼 의사를 두게 돼 있다. 전문 과목별로 필수 인력을 몇명 둬야 하는지 등 규정은 없다.

인력 부족 문제와 별개로 응급이송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다른 병원의 의사가 헬기를 타고 와서 수술하는 등 병원끼리 연계된 응급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더라면,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제때 수술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전달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24시간 응급환자를 봐야 하는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에서 뇌출혈 수술이 가능한 의사를 남겨놓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응급의료기관의 기능에 따라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당직 체계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등을 법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조치 과정에서 법령 위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볼 만한 사항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며 “다음주 정도까지 관련 학회로부터 인력 기준을 비롯한 제도 개선 의견도 수렴해 해당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지담 장현은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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