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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발달장애인 “부모의 두려움이 자녀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등록 :2022-07-05 05:00수정 :2022-07-05 11:45

②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
아무리 힘들어도 ‘극단 선택’ 안돼
부모 품 떠나 자립환경도 조성해야
“언론의 단편적 사건 보도 답답”
비극의 원인이나 대책엔 무관심
발달장애인 활동가 (왼쪽부터 시계방향)김현아, 문석영, 박현철, 김대범, 박경인, 김동호씨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발달장애인 가족 사망 사건 관련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발달장애인 활동가 (왼쪽부터 시계방향)김현아, 문석영, 박현철, 김대범, 박경인, 김동호씨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발달장애인 가족 사망 사건 관련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왜 발달장애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인으로 태어난 게 우리가 죽어야 하는 이유는 아니잖아요.”(지적장애인 활동가 박경인·29)

계속되는 발달·중증장애인 가족들의 비극을 바라보는 발달·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극단적 선택은 답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가 부모로부터 살해당하는 비극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객체’가 되고 있다며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결정권”에 주목해달라고 한다. 지난달 29일 <한겨레>는 서울 영등포구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발달·지적장애를 가진 박경인(29), 김동호(28), 문석영(31), 김현아(26), 박현철(36), 김대범(30) 활동가를 만나 반복되는 비극을 멈추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2016년 출범한 발달장애인 권리옹호단체로 간담회에 참여한 6명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근무하는 활동가들이다.

 “장애가 있는 게 잘못은 아닌데…”

지난 5월23일 서울 성동구에 사는 40대 엄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극단적 선택을 한 날,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지적장애인 김대범 활동가는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사고가 난 곳이 평소 제가 자주 산책하던 길이었거든요.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쳐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웅성거리면서 모여 있었어요. 저도 그곳에서 무슨 일인지 지켜보고 있었는데 몇몇 주민들이 ‘누가 죽었나 보다’ ‘집값 떨어지겠네’ 이런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나중에 발달장애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꼭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6살짜리 아이는 무슨 잘못이 있는지… 정말 안타까웠어요.”

지적장애를 가진 김현아 활동가 또한 “이제 한창 예쁘게 클 나이인데, 너무 안타깝게 부모와 함께 세상을 떠나 너무 슬펐어요. 왜 그 부모님은 그 아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기사를 읽고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만난 발달·지적장애인 활동가 6명은 연이은 발달·중증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지적·시각장애를 가진 문석영 활동가는 “보도로만 봐선 (그들의) 자세한 사정을 알 순 없지만, ‘꼭 죽음을 택해야 했을까’ 계속해서 의문이 남아요”라고 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박경인(29) 활동가 또한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죽음을 택하거나, 베이비 박스에 버리거나, 시설에 맡기고 떠나버리는 그런 일들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게 우리가 죽어야 되는 이유는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최근까지 먼저 하늘로 떠난 발달장애 자녀들을 위해 애도의 마음으로 기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라고 하던 박경인 활동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우리가 홀로 설 수 있도록”

부모에 의해 세상을 떠난 장애인 자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당사자들도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라면서 자신들을 양육하느라 고군분투한 부모들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김동호 활동가는 “부모님은 자주 출장을 가는 등 바쁘셨어요.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어요. 부모님께서 ‘주간 활동 서비스 시간을 받으려면 너무 조건이 까다로워서 지원받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부모님은 지금까지도 내게 ‘놀이공원이나 다른 야외 활동들에 함께 가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셔요.” 김동호 활동가는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발달·중증장애 가족들의 기사를 본 뒤 부모님과 ‘24시간 지원 체계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한다. 김대범 활동가도 “부모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에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우리를) 관심 밖에 둔 책임도 분명히 있어요”라고 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발달·중증장애가 있는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자립 지원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서는 장애인 시설을 개선하면 돌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바라보지만, 당사자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본다.

갓난아기 때부터 장애인거주시설 등 시설에서 지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자립 생활을 시작한 박경인 활동가는 “만약 (자립 지원) 서비스가 잘되어 있었다면, 자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홀로 설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었다면, 그 부모님들은 절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시설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지 걱정할 일도 없었을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내 자녀가 어른이 될 때까지 내가 책임지지 못하면 어떡할까’라는 부모님의 두려움이 자꾸만 자녀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요. 양육 등 돌봄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장애를 가진 자녀가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나서서 조성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박경인 활동가는 최근 연이은 발달·중증장애 가정의 죽음 소식을 듣고 자신을 시설에 두고 떠난 어머니가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저를 낳아 주신 어머니께선 미혼모로 어쩔 수 없이 저를 시설에 두고 떠나셨다고 들었어요. 최근에 어머니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어 연락도 했지만 어머니는 ‘저를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해 오셨어요. ‘왜 엄마는 나를 키우지 못했을까’ 원망도 들었지만, 지금 시설에서 자립한 저는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어요. 저처럼 부모 없이도 자립해서 행복하게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2월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 강서구에서 자립 생활을 시작한 발달장애인 박현철 활동가도 “그동안 함께 지내왔던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자립을 마음먹었어요. 또 홀로 지내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자립 지원 주택을 신청하고 일자리도 얻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언론도 당사자 목소리 들어줬으면”

활동가들은 단순히 ‘사건’ 위주로 발달·중증장애 가족들의 죽음을 전하는 언론 보도가 “답답하다”며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언론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발달장애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단편적인 보도가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소외시키며 이들의 존재를 ‘객체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대범 활동가는 “언론이 우리 장애인 당사자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엄연히 부모와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는 다른 삶을 가진 다른 존재인데, ‘자녀가 발달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힘들어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만 보도하면 우리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박경인 활동가 또한 “장애인 관련 보도를 보면 진짜 알고 싶은 정보는 빠진 보도만 쏟아지는 것 같아요. ‘장애인이 살해됐다, 학대당했다’ 같은 내용만 너무 단순하게 나와 있고, ‘왜 죽었는지’ ‘어떤 지원이 부족했는지’ 등 구체적인 문제 원인이나 앞으로의 대책을 다룬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들을 보면 ‘아 나도 학대당할 수 있겠구나’ ‘죽임을 당할 수 있겠구나’ 같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정치, 경제, 국제 등 언론사 누리집을 보면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잖아요. 우리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는 그중에서도 ‘사회’ 영역에 들어가 있잖아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니까 그 영역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닐까요. 장애인 당사자인 우리들의 목소리를 언론이 제대로, 많이 전달해주면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박현철 활동가)

▶관련기사: ‘평생 돌봄’에 갇혀 비극적 선택…발달장애 가족에 국가는 없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9486.html

‘24시간 돌봄 지원’이 바꾼 발달장애인 가족의 일상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9485.html

장애인 부모 ‘5명중 1명 경력단절’…턱없이 부족한 가족지원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049487.html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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