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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한동훈, ‘소년범’ 나이 낮추자…장관님, 국제기준은 14살입니다

등록 :2022-06-27 20:03수정 :2022-06-30 20:39

[한겨레21]
연령기준 하향에 ‘잔혹함’ 뒷받침하는 통계 없어
정부안은 이르면 2022년 중 나올 것으로 예상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022년 6월22일 오후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TF’ 구성원들과 함께 경기도 안양소년원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022년 6월22일 오후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TF’ 구성원들과 함께 경기도 안양소년원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소년범죄 흉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과제를 속도감 있게 검토해주기를 바란다.”(2022년 6월8일, 법무부 주례간담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동훈 장관이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를 지시한 지 엿새 만인 6월14일, 법무부는 검찰국·범죄예방정책국·인권국·교정본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법무부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觸法)소년’의 연령기준을 만 12살 또는 13살로 낮춰 형사처벌 대상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살 미만에서 만 12살 미만으로 낮추는 공약을 발표했다.

강력범죄는 5~7%로 큰 변화 없어

현행법상 만 10~13살 형사미성년자는 형사재판을 받지 않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수강교육,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 결정을 받는다. 만 12살부터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지만 수용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정해놨다. 살인을 저질렀어도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형사처벌이 ‘소년원 2년 수용’인 것이다.

연령기준 하향을 주장하는 이들은 최근 소년범죄가 늘고 더 잔혹해졌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연령도 낮아졌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이를 뚜렷하게 뒷받침해주는 통계는 없다. 소년범죄 자체는 다소 증가했지만, 흉포화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 자료’를 보면, 절도·폭력 등으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2021년 8474명(미확정 통계)이었다. 2017년 6286명 이후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했다. 90% 이상은 절도, 폭력 범죄였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는 5~7%였으나, 매년 큰 변화가 없었다(27쪽 그래프 참조).

소년법 전문가인 천종호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자료에서 “최근 경찰청 통계를 보면 촉법소년의 비행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은 맞으나 비행 내용이 흉포해졌으며 지능화·강력범화됐다는 근거로 삼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도 “흉포화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아무도 제시하지 못한 채 처벌 강화만 주장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된다. 한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1991년 비준했으며, 이에 따라 헌법 제6조에 의거해 아동권리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40조 3항을 보면 “형법 위반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최저연령을 설정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사법제도에서의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일반 논평’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14살”이라고 명시했다. 일반 논평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특정 조항 등에 대한 이해와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위원회의 해석이다. 위원회는 “아동이 심각한 피의자인 경우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더 낮게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는 관행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며 “그러한 관행은 일반적으로 대중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가 많으며 아동의 발달에 대한 합리적 바탕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종호 판사 “연령 하향 대신에 소년원 보호기간 연장하자”

이용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논문 ‘소년 위법행위자의 연령에 관한 몇 가지 소고’(2017)를 보면 세계 각국의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한국과 같이 만 14살 미만인 국가가 40개국으로 가장 많았고 만 12살 미만은 17개국, 만 16살 미만은 14개국이다.(표 참조)

촉법소년 연령기준이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만큼 시대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3년 민법에서 성년 나이를 한 살 낮춘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연령 하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이현곤 변호사는 “소년범죄를 예방하려면 소년이 처한 환경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며 “해결책이 없는 상태에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 구조적인 문제를 덮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우선 소년 수용시설 확충(소년교도소와 소년원 증설)과 소년 처우 개선(소년원생 한 끼 급식비 인상) 등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며 “더 나아가 재범 방지를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 도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천 부장판사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대안으로 소년보호처분 기간 연장을 제안했다. “소년법을 개정해 13살 이하 아이가 살인을 저지른 경우 19살이 될 때까지 소년원에서 생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재범 예방을 위해 고위험군 소년에 대한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은 “촉법소년 중 범죄자가 되는 비율은 6% 남짓밖에 되지 않으니 나머지 소년들이 올바르게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고위험군 소년에 대해선 미리 분류해 별도의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소년범죄의 형사절차(일반법원)와 보호절차(가정법원)로 이원화된 절차를 통합가정법원 등으로 일원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원화된 절차로 촉법소년 수사자료가 없는 검찰이 과거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을 초범으로 분류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례 등을 막자는 취지다.

홍기태 사법정책연구원장은 “법관이 소년형사사건과 소년보호사건을 함께 담당하고 전문성을 더욱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의 일도양단이 아닌 양자를 혼합하는 제도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동훈 “‘강’자 들어가는 범죄만 대상”

다만 촉법소년 연령기준이 하향되더라도 이는 강력범죄에만 적용될 전망이다. 한동훈 장관은 6월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제 입법화되더라도 소위 ‘강’자가 들어가는, 강간이나 강도 등 흉포범죄만 처벌되고 다른 범죄들은 대부분 소년부 송치로 처리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다”며 “어릴 때 실수로 전과자가 양성될 거라는 우려가 없도록 정교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촉법소년 연령기준 하향이 담긴 정부안은 이르면 2022년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현실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며 “전과자 양산 방지, 소년교도소 수용과 교정교화 대책,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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