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은 국무회의 주재 서열을 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사회부총리 순으로 정하고 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장관 순으로 이어진다. 18개 행정각부 중 법무부는 6번째 ‘서열’이다.
그런 법무부에 법에도 없는 인사검증 업무를 맡겨 총리·부총리는 물론 각 부 장관 후보 등 고위공직자 전반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을 갖는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기구의 ‘검증’을 통과해야 장관에 임명될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 정부에도 없던 ‘상왕 법무부’가 탄생한 셈이다.
관리단은 앞으로 대통령이 임명‧위촉하는 각종 고위 공직 후보자 등에 대한 ‘1차 검증’을 담당하게 된다. 본래 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는 국무총리 직속기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속기구인 관리단이 법무부 등 행정 각 부를 총괄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직속기구보다 상위에 있는 셈이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무부가 국무총리와 부총리 인사검증까지 나서게 되면 사실상 국무총리 이상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실질적인 2인자 자리에 올라가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인사검증 뒤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 직속기구인 관리단에서 문제 없다고 판단한 사안을 두고 향후 위법 의혹이 불거지더라도 검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태호 교수는 “법무부의 검증 실패를 인정하는 셈인데,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미국도 법무부가 공직자 검증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인사검증 주무기관인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법무부 소속이긴 하지만, 연방수사국은 수사 등 주요 업무에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법무부는 또 “장관이 중간보고를 일체 받지 않는 방식으로 검증과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법조계에서는 이럴거면 굳이 법무부에 인사검증 업무를 맡긴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론이 나온다. 처음부터 인사혁신처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꾸렸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