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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60년째 요지부동, 대통령 관저 앞 집회금지 언제 풀릴까?

등록 :2022-05-24 17:02수정 :2022-05-24 17:38

[뉴스AS]
1962년 제정된 ‘대통령 관저 집회금지’
60년째 개정 없이 현재까지 이어져
헌재에 헌법소원 냈으나 4년째 ‘심리중’
“특정공간 집회 전면 금지 없어져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자리한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자리한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경찰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를 근거로 일괄 집회금지 처분을 내리자 ‘집시법 11조’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 관저’ 인근을 집회금지구역으로 설정한 이 조항은 60년 전 제정돼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특정 공간을 아예 집회금지구역으로 못 박은 해당 조항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외교기관·국회의사당·총리 공관 집회금지, 잇따라 헌법 불합치

집시법은 1962년 제정돼 올해로 딱 60년을 맞았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임시조치법을 통해 집회를 통제해오다가, 이듬해 정권 반대 집회를 막고자 하는 목적에서 집시법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당시 집시법은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 외교기관,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 공관, 심지어 서울시청·도청·역에 대해서도 200m 이내에서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폭 넓게 집회를 제한했다. 현재의 옥외집회 개최 48시간 전 신고제(6조)도 모두 1962년 집시법에 뼈대를 두고 있다.

이후 집시법은 몇 차례 법 개정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됐다. 200m 이내 집회금지 부분은 1989년 집시법 개정안에서 ‘100m 이내’로 축소됐고, 외교기관과 국회의사당·국무총리 공관·각급 법원 인근에 대한 집회금지 부분은 각각 2003년과 2018년 헌재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개정됐다. 현행법상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재소장 공관 100m 이내는 여전히 집회금지 구역이다. 국무총리 공관에 대해서는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대규모 집회·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집회를 허용하고 있다.

헌재는 2018년 총리 공관 집회금지 조항에 대해 재판관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무총리 공관의 기능과 안녕을 직접 저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규모 집회나 총리를 대상으로 하는 집회가 아닌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법에 근거한 원칙적 집회금지가 계속되다가,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놓으면, 하나씩 법 규정에서 제외하는 집회금지 축소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들머리에서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들머리에서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4년째 헌재에 계류 중인 대통령 관저 집회금지 조항

대통령 관저 인근도 국무총리 공관처럼 예외적으로 집회가 허용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참여연대는 2018년 1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중앙지법도 2018년 말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민의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의 정책이나 업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의사표명 방법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소규모나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집회로서 대통령 업무수행이나 신체적 안전 보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대통령 관저 경계로부터 100m 이내 모든 집회와 시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며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조치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두 사건은 헌재에 4년째 계류돼 있다.

차제에 특정 공간을 아예 집회금지구역으로 설정한 집시법 11조는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총리 공관 집회금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재는 “집시법은 이 사건 금지장소 조항 외에도 집회의 성격과 양상에 따른 다양한 규제수단들을 규정하고 있다”며 “국무총리 공관 인근에서의 옥외집회·시위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하더라도 국무총리 공관의 기능과 안녕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집회·시위를 원천 금지하는 대신, 다양한 제한 규정을 두어 평화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현행 집시법은 △재산상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주거 지역에서의 집회(8조)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집회(12조) △기준 위반 소음을 발생시키는 집회(14조) 등은 제한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만으로도 다중을 위협하거나, 폭력성이 강한 집회·시위는 제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대통령 관저 집회금지 조항을 위헌심판 제청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도 “시위 과정에서 대통령 관저 또는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나 폭력 행위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경호 규정이나 형법 등의 처벌규정을 통해서도 예방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거주하는 백악관 인근 집회의 경우에도 인원 제한(라파예트 광장은 3천명 제한)은 있을 지언정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 2018년 대통령 관저 집회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김선휴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헌재에서 국회·법원·총리 공관 전면 집회금지에 일관되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리가 형성됐는데, 용산 대통령실 이전 뒤 ‘대통령 관저’를 확대해석해 집회·시위를 금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헌재 결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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