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4월 11일 오후 경북 상주시 상주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 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4월 11일 오후 경북 상주시 상주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의 환호에 답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수위 사진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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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는 정치 엘리트나 유권자들이 상호 적대시하는 두 진영으로 갈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4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한국행정연구원과 정당학회 주최로 ‘우리나라 정치 양극화 문제의 현황과 해법’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박준 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소장과 구본상 충북대 정외과 교수가 발제를 했습니다. 박준 소장이 미국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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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양극화는 가짜뉴스 확산을 부추긴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상대 정당에 대한 혐오가 강할수록 가짜뉴스 기사를 더 많이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자녀가 다른 정당 지지자와 결혼한다면 불쾌하다는 응답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1960년 4~5%에서 2020년에는 38%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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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일 정당학회장은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른 정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자신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보는 타자화(othering)와 이들을 싫어하고 불신하는 혐오(aversion), 그리고 심지어는 이들을 도덕적으로 사악한 사람들로 보는 경향인 도덕화(moralization) 현상이 강해 종교 분파 간 갈등과 유사한 분파주의(sectarianism) 특징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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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 얘기를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정치적 양극화는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말입니다.

점점 강렬해지는 ‘네거티브형’ 지지

지난 3월 9일 대선에서 대구시 득표율은 윤석열 75.14%, 이재명 21.60%였습니다. 광주시는 정반대로 윤석열 12.72%, 이재명 84.82%였습니다.

대선 이후 민심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리얼미터가 <엠비엔> 의뢰로 4월 18~19일 대구와 광주 시민들을 대상으로 각각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 대구는 찬성 64.4%, 반대 24.9%였습니다. 광주는 찬성 16.2%, 반대 72.8%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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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자들과 이재명 지지자들,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대구와 광주의 민심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엇갈릴 것 같습니다.

정치 엘리트나 국회의원들의 대립과 갈등은 사실 별로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닙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대에 야당 정치인들은 정권과 치열하게 싸웠지만, 유권자들의 분열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민주화로 국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정보화 및 모바일 혁명으로 정보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유권자들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강하게 지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이었습니다. 2012년 12월 19일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 후보 지지자 상당수는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 2013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패배를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월 8일 치 <한겨레신문> 1면 아래에 이런 내용의 광고가 실렸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이제 우리가 그 시작을 열겠습니다. 소망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문재인의 아름다운 도전을, 문재인과 함께 꾸었던 꿈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우리의 희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 광고는 평등, 공정,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82 cook 회원들과 문재인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제작된 헌정 광고입니다.”

그렇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지지자들의 이처럼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지자들의 이런 열정 덕분에 4년 4개월 뒤인 2017년 5월 9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2017년 대선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를 주장하는 태극기 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부터 광화문에서 줄기차게 반문재인, 반민주당 집회를 벌였습니다. 2019년부터는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이 광화문 집회에 가세했습니다.

‘조국 사태’가 벌어지자 보수 성향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성토했습니다. 이에 맞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서초동에 모여 ‘윤석열 검찰’을 규탄했습니다.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가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을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사실상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맞대결이었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포지티브 캠페인이 아니라 네거티브 캠페인이 훨씬 강렬했던 것도 바로 이런 흐름의 연장입니다. 국가 비전이나 정책 공약은 증발하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만 난무하는 이전투구로 대선이 치러졌습니다.

이전투구 대선의 후유증은 심각합니다. 지금도 양쪽 유권자들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 지지도가 대선 득표율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그치는 이유입니다.

정치권도, 지지자도 정면충돌 양상

유권자들의 정치 양극화는 정치 엘리트의 정치 양극화보다 훨씬 더 폐해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타협의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야 정치인들도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미나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축사를 보냈습니다.

“현재 양극화된 정치구조는 국민통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정당이 승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선거 후에도 갈등의 여진이 이어지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진영 논리에 갇혀 양극화가 진행될 경우 정치가 민생이나 국가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는 장이 아니라, 오로지 정권쟁취를 위해 각 정당들은 득표만 생각하며 국가 미래는 뒤로한 채 갈등하는 싸움의 장으로밖에 기능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윤석열 당선인께서도 당선된 후 국민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시며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국민의힘 또한 양극화된 정치구조를 개선하고 건강한 여야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축사를 보냈습니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혁파하고,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개혁을 통해 통합과 연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엔진은 갈등’이라는 샤츠 슈나이더의 말처럼 정치에서 갈등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 세력이 권력 쟁취를 위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과 대립을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파시즘,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 정치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역사는 뼈아프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말로만?”이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 현실은 두 사람의 말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레일 위에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나 다름이 없습니다.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면 탈선과 전복이 불가피합니다. 열차에 탄 승객 중에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할 것입니다. 끔찍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열차는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습니다. 양쪽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판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주춤거리는 국회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 일전불사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반문재인, 반민주당 정서도 문제지만 윤석열 당선자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지금도 과거 특수부 검사 스타일을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면돌파’만을 외치며 유권자들의 상호 적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여야의 충돌로 인한 국정 파탄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 29일 치 신문에 ‘윤석열-민주당 대연정을 기대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양쪽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저런 악당(악당들)과 어떻게 손을 잡으라는 것이냐”는 얘기였습니다.

4월 19일 치 신문에는 ‘윤석열 당선자, 정치협상 나서야 한다’는 칼럼을 썼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농담하는 거냐”는 댓글에 가슴이 찔린 듯 아팠습니다.

증오 끝에 남는 건 ‘비극’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어쩌다 서로를 이토록 미워하게 된 것일까요? 정치 양극화 해소는 영영 불가능한 것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혜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탈리아 베로나는 꽃이 아름답고 과일이 풍성한 곳이었지만 한때 그곳은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몬테규와 캐플릿으로 갈려 싸웠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혈관에는 증오라는 이름의 독이 흘렀습니다. 끝없는 증오는 결국 사랑했던 두 젊은이의 비극적 죽음을 불러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얘기입니다.

남극과 북극에는 사람이 살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나라에서는 사람이 살기 어렵습니다. 대선은 끝났습니다. 우리 국민을 더는 ‘윤석열 찍은 사람’과 ‘이재명 찍은 사람’으로 나누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 덧붙임 : 2001년 프랑스에서 초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첫 번째 노래는 베로나의 영주가 부릅니다. 노랫말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아름다운 베로나에 있소
모든 이가 서로 미워하는 도시”
“여기선 왕들의 사랑이 아닌 두 가문이 법을 만드오
당신의 편을 선택할 필요는 없소
우리가 오래 전부터 정해 놓았으니”
“여기에선 증오의 독이 혈관을 타고 흐르듯
우리의 삶 속에 흐르고 있소”
“물론 우리의 정원에는 꽃이 피고
물론 우리의 여인들은 아름답소
마치 지상낙원 같은 곳이오
허나 우리의 영혼은 지옥 속에 있소”동영상을 찾아 노래를 직접 들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링크주소 https://bit.ly/3KaMtzA
두 번째는 로미오의 엄마와 줄리엣의 엄마가 함께 부르는 ‘증오’라는 노래입니다. 음악도 좋지만 노랫말이 더 멋집니다.
모든 것을 아는 신이시여
우리를 보소서 당신을 보소
우리의 집안에선 독이 흐르고 있습니다.
증오 증오라는 이름의
당신 영혼 속의 뱀과 같은 증오 증오
당신을 심판하게 만들지만 당신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증오 증오
당신의 눈속에서 증오가 불타는 것이 보입니다 증오 증오
당신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나는 증오합니다 증오를
당신에게 고백하건대
내가 당신에게 가진 감정은 오로지 혐오 뿐입니다
왜 이 도시에서 우리는 이토록이나 사랑해야 합니까
증오 증오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들의 이름으로
증오 증오 우리를 당신의 공범으로 만드는
증오 증오 그것은 비겁자들에겐 존재하지 않는 용기
증오 증오 사랑의 자매이지만 모든 이가 숨기는
나는 당신을 저주합니다 그 모든 밤 동안
당신을 이해하지 않고 당신의 말을 들었던
당신은 그 밤도 기쁨조차 잊었지요
오로지 증요한 것은 그것은 바로 증오
당신을 봐요 증오는 당신을 속박하고
빌어먹게도 당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있죠
당신을 봐요 당신은 아무 것도 아니지요
증오의 손에서 놀아나는 꼭두각시일뿐
어떻게 우리는 증오라는 이름으로
이토록이나 많은 죄를 희생자를 만들었는가
증오 그것은 당신 영혼 속에 알을 낳으러 오니
부디 여인들의 목소리를 들으소서이 노래가 담긴 동영상 주소는 여기 ☞  https://bit.ly/3xPuUTu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