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의 문신 시술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온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의 문신 시술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온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한문신사중앙회 등 문신사 단체들이 31일 비의료인의 문신(타투)시술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법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문신사 단체들은 3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한 의료법은 위헌이라며, 문신사 단체들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5(기각) 대 4(위헌)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장은 이날 헌재 판결이 나온 직후 “오늘의 판결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시대가 바뀌어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됐지만, 이 나라 법관들은 오랜 경험과 상식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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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법부는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사 면허가 없는 문신사의 문신시술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했다. 이는 지난 1992년 문신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현행 의료법(제27조1항)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제5조1호)은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했을 경우,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형과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대한문신사중앙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등은 지난 2017년부터 해당 법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6차례 청구했다.

김소윤 중앙회 부회장은 “대체 의사가 하지도 못하는 문신과 반영구 화장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왜 의료행위라고 하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신과 반영구 화장이 불법이라는 데 손을 들어준 헌재 결정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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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유니온도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일본의 판례를 그대로 베껴오던 1992년의 수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며 “오늘 선고와 관계 없이 타투이스트들은 곧 있을 타투유니온 재판에서 사법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불과 2주 전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금의 법률 상황이 소비자, 직업인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성격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이 전혀 다른 판결 내렸다는 것에 대해서 이들이 갖고 있는 인권의식을 다시 한 번 의심해보게 되고 실망을 감출 길이 없다”고 말했다.

문신사 단체들은 앞으로 타투 합법화를 위해 국회 입법 촉구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오는 5월3일을 ‘문신사의 날’로 정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투유니온은 국회의원실·제반 단체들과 함께 타투 합법화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같이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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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문신사들은 쉽사리 헌법재판소 정문 인근을 떠나지 못했다. 울먹이던 임 이사장은 1천명 이상의 회원이 모인 대한문신사중앙회 카카오톡 대화방에 “어떻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또 ‘비의료인 문신 시술 금지’ 합헌 결정…헌재도 5대 4로 팽팽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7024.html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