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0시45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안에 설치된 초록색 천막 안에는 140여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 노인 대부분 대형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천막과 야외용 난방기가 바람과 추위를 막았다. 이들은 원각사 무료급식소(사회복지원각)에서 나눠주는 무료급식을 먹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탑골공원을 찾은 터였다.

종로구청은 탑골공원 내에 무료급식소 이용객을 위한 천막 안에 이달 초 대형 텔레비전 4대를 설치했다고 이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복지시설에서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로 몰려 2∼3시간씩 기다리는 노인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구청은 “대합실 같은 분위기라도 만들어, 어르신들이 무료하지 않게 편히 계실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일 5만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오미크론 확산의 여파로 이곳을 찾는 발길은 늘었다. 고영배 원각사 무료급식소 사무국장은 “(오미크론 확산으로)경로당, 복지관 같은 곳이 다시 문을 닫자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약 2주 전만 해도 270~80명이 찾아왔지만 오늘은 350인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광고

천막 안에서 만난 서명용(79)씨는 “난로를 켜놓아서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본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7시께 이 곳을 찾았다는 김아무개(75)씨는 “(대기하는 동안) 건강 프로그램을 열심히 봤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무료급식소로 점심을 먹으러 왔다는 곽아무개(59)씨는 “오늘 일은 공쳤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난로와 텔레비전을 놓고 챙겨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은 비닐봉지 안에 빵 2개와 요구르트, 피로회복제, 견과류 등을 담은 뒤 다시 일자리를 찾기 위해 탑골공원을 나섰다.

고 사무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도 있지만, 이 분들의 생활터전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