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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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2019년 5월17일, 재판장의 선고를 듣는 순간 징역 1년 6개월을 예상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정욱(31)씨는 충격을 받았다. 선고 결과는 그가 자신의 양심에 반해 총을 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는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군에 가지 않는 전시근로역 대상으로 정한다. 보통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징역 1년 6개월 형을 받는다. 그러나 징역 1년의 경우 보충역 대상이라 실형을 살고 난 뒤 21개월간 사회 복무를 해야 한다. 사회 복무에 앞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총을 잡아야 한다. “저는 살인을 거부합니다. 살인을 거부하기에 이를 위한 군사훈련, 집총을 거부합니다.” 정씨는 재판에서 이 말을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계속 걸린다.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정씨는 총을 잡지 않고,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마찬가지로 대체역(대체복무)에 편입될 수 있게 됐다.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정씨가 낸 대체역 편입신청을 인용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대체 복무에 편입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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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1심 판결이 확정돼 9개월간 복역하고 지난해 2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한 달 뒤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대체역으로 편입해 달라고 신청했다. 정씨는 “폭력과 전쟁이 사람들과 국가 사이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평화의 마음을 갖고 싶다는 것을 심사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모병제를 거쳐 최후에는 군대를 없애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고 한다.

시간이 흘렀지만 정씨는 자신의 견해를 제대로 밝힐 수 없었던 1심 재판을 쉽게 잊지 못한다. “아무것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어요. 한번 공판하고 바로 선고를 받았어요.” 그는 “판사가 ‘피고인, 왜 입영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묻기에 왜 그런 신념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하려고 했다. 입을 떼자마자 판사가 ‘가정사를 묻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게 끝이었다”고 했다. “저를 군대를 기피하는 괘씸한 사람으로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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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정씨는 3년간 대체복무를 하게 된다. 정씨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인용 통지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군사훈련이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모두가 자신의 양심에 충실한 자유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그려준 정욱씨 얼굴. 정씨 제공
다른 사람이 그려준 정욱씨 얼굴. 정씨 제공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