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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뉴스AS] ‘통신자료 조회’ 논란, 20년째 이어지는 까닭은

등록 :2022-01-13 04:59수정 :2022-01-13 08:42

‘범인 잡기 위해서’ 수사기관 논리에 번번이 막혀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찰’ 논란 이용 국회도 문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과 정치인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도 광범위하게 통신자료(가입자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지난달 24일 “과거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했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할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이 남용된 만큼 공수처는 책임을 피하기 힘들지만,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사기관을 상대로 한 통신사의 통신자료 제공은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수사 필요에 따라 통신사로부터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 받는다. 그 뿌리는 1977년 개정돼 이듬해 3월 시행된 전기통신법이다. 당시 ‘전신·전화관서(전신국·전화국 등)는 수사상 필요에 의해 관계기관으로부터 공중통신업무에 관한 서류의 열람·제출 요구가 있을 때 이에 응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됐는데, 이 조항의 취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개인의 통화내역, 통화시간, 위치 정보 등은 통신사실확인자료로 묶여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수사기관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2005년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바뀌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은 2020년 기준 548만4917건 등 해마다 통신자료 수백만 건을 수집하고 있다.

수사·정보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2000년대부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통신자료 조회는 필요하다’는 수사기관의 논리에 번번이 막혀왔다. 이 문제를 둘러싼 사법부의 판단도 해결책 모색을 어렵게 만들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통신자료 제공 조항이 통신의 비밀과 사생활·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을 각하했다. “(통신사의 통신자료 제출이) 공권력의 강제력에 의한 것이 아니어서 공권력의 기본권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시민 500여명이 2016년 ‘통신자료 조회 위헌’을 주장하며 낸 헌법소원심판도 6년째 헌재에 계류된 상황이다.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입법부의 행태도 통신자료 논란이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불거진 국가정보원 등의 통신조회 논란 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불법적인 대국민 사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 국면에서는 잠잠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역시, 여당이던 박근혜 정부 때 “통신자료 조회를 막으면 수사가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대국민 사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이 법개정 등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다수 국민을 상대로 일상적인 통신자료 조회가 이뤄져 온 십수년동안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기자들이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 되자 ‘사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수집 문제와 해결방안’ 좌담회에서 “(이번 일은) 언론인과 정치인 등 유력자들이 당사자가 돼야 비로소 논란이 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은 국회가 제대로 된 법을 입법하도록 추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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