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1일 서울 마포구 아현주민센터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 스티커가 붙은 운전면허증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7일1일 서울 마포구 아현주민센터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 스티커가 붙은 운전면허증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4일 아침 9시, 서울 노원구 중계2·3동 주민센터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 스티커’를 받으려는 주민들이 5분에 1명꼴로 들어왔다. 주민센터가 기존에 운영하던 10개 창구 말고도 스티커 발급을 위한 간이 창구를 하나 더 설치했을 정도다. 이날 아침 1시간30분 동안 주민 17명이 스티커를 받아갔다.

전날부터 백신 접종완료 이력을 보여줘야 각종 시설에 입장이 가능한 ‘방역패스’가 의무화되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주민센터로 몰리고 있다. 신분증에 접종완료 스티커를 붙이거나 백신접종증명서를 보여주면 큐아르(QR)코드를 대체할 수 있어서다. 종이 접종증명서는 예방접종도우미·정부24누리집이나 시군구 보건소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지만, 스티커는 읍면동 주민센터에 방문해 접종 이력을 확인한 뒤 신분증 뒷면에 붙여야 한다.

이날 구로4동 주민센터를 찾은 김종능(85)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사우나를 가는데 ‘방역 뭐’를 보여달라고 한다”며 “내가 핸드폰을 잘 못 쓰니까 주민센터가 뭔가 붙여준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등록증에 접종완료 스티커를 부착 받은 50대 중국동포 ㄱ씨는 “아침에 식당에 갔더니 방역 완료한 걸 보여줘야 한다고 하더라. 처음 듣는 말이라 바로 주민센터에 와서 스티커를 붙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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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주민센터를 찾은 시민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 스티커를 발부받고 있다. 박강수 기자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한 주민센터를 찾은 시민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 스티커를 발부받고 있다. 박강수 기자

휴대폰 사용에는 능숙하지만 ‘QR코드 먹통’ 사태가 이어지자 비상용으로 스티커를 부착하는 청년층도 있었다. 이태원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오지만 젊은 사람도 20∼30% 정도 차지한다”고 말했다. 신사동 주민센터 관계자도 “어제 하루 동안 45명이 스티커를 받으러 왔는데 젊은 사람들도 많이 왔다. 부모님 백신 스티커를 발급해주려는 자녀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목록엔 ‘접종완료 스티커’가 올라가기도 했다. QR 장애가 발생하자 접종완료 스티커를 발급받았다는 후기가 여럿 올라왔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 알면 학생증에도 접종완료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정보가 올라왔다.

접종완료 스티커를 붙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주민센터 직원들은 정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구로2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주무관은 “첫날인 어제는 온종일 3∼4명이 줄 서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스티커를 붙이려는 분들이 왔다”며 “하루 만에 두툼한 스티커 두통을 다 썼다”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사동 주민센터에서는 “백신 스티커를 발급하는 프로그램에 과부하가 왔다”며 스티커 발급을 멈추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기존 접종완료 스티커를 3차 접종 스티커로 바꾸기 위해 온 시민에게 “2차까지만 확인되면 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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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한 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 스티커를 발부받고 있다. 고병찬 기자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한 주민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 스티커를 발부받고 있다. 고병찬 기자

이우연 고병찬 박강수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