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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여기는 싱가포르…무격리 여행 좋지만 PCR·비용 만만치 않네

등록 :2021-11-20 11:58수정 :2021-11-20 12:19

[한겨레S] 커버스토리
싱가포르 첫 트래블버블 현지 여행

15일 한-싱가포르 상호 트래블버블 시행에 첫 비행기 탑승
PCR 검사 최대 5번, 비용도 만만찮아 아직 높은 여행장벽
여행업계 기대감도 고조…“단절됐던 세상 이어지는 지표”

싱가포르 머라이언 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과 관광객. 싱가포르관광청 제공
싱가포르 머라이언 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시민과 관광객. 싱가포르관광청 제공

“싱가포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5일 밤 11시55분(현지시각). 이날 한국인 개별 여행객에게 자유여행 문을 연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는 한국어로 쓰인 커다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6시간여 비행 끝에 여행객 150여명을 태운 대한항공 케이이(KE) 645편이 밤늦게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입국장까지 마중 나온 창이공항 직원들이 무려 1년7개월 만에 찾아온 한국인 개별 여행객들을 맞았다. 이들은 살가운 한국말로 “환영합니다”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이날은 코로나19 이후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는 개인 여행객의 무격리 자유여행길이 처음 열린 날이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뒤, 무려 1년7개월 만에 한국인에게 무격리 개별 여행 방문을 허락했다. 두 나라가 지난 10월 맺은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협약으로 가능해졌다. 이날 오전 싱가포르 쪽에서도 여행객 120여명을 시작으로 한국으로 무격리 입국이 개시됐다. 앞서 사이판이 한국에서 오는 단체 여행객에 트래블버블을 적용한 적이 있지만, 한국과 특정 국가가 개별 여행객의 상호 무격리 여행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광객들이 지난 17일 창이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허윤희 기자
관광객들이 지난 17일 창이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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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격리 해외여행자 위한 항공 VTL’

트래블버블 시대의 자유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이날 저녁 6시35분, 트래블버블이 적용된 첫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직접 올랐다. 탑승한 비행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최종 접종 후 14일 경과)를 대상으로 격리 면제가 되는 항공편 ‘백신 트래블 레인’(VTL)이다. 백신 트래블 레인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현지에서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항공사 3곳이 백신 트래블 레인을 운영하고 있다.

격리 없는 여행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해외로 가는 장벽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우선 백신 트래블 레인을 이용해 싱가포르에 가는 데 무려 5가지 서류가 필요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영문증명서, 출국 48시간 전 유전자증폭( PCR ) 검사 음성 영문확인서, 싱가포르달러 3만달러(약 2600만원) 이상이 보장되는 여행자보험 가입증명서, 백신 트래블 패스(VTP, 입국 7~30일 전 신청) 승인서, 입국 카드 발급 서류를 일일이 챙겨야 했다 .

백신 트래블 노선을 처음 운항한 이날, 공항에선 항공사 직원들이 출국자들의 싱가포르 입국 서류를 일일이 확인했다. 한 항공사 직원은 “백신 트래블 노선을 처음 하는 거라 승객들이 싱가포르 입국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서류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낯선 방식이 불안한 건 여행객도 마찬가지다. 함께 비행기에 탄 한 여행객은 “혹시 몰라 모든 서류를 출력하고, 이미지로 저장까지 했다. 준비 과정이 힘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울러 싱가포르 현지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선을 확인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트레이스투게더’도 미리 설치해야 한다.

창이공항에 도착하자 또다른 복잡한 절차가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공항에서 진행되는 유전자증폭 검사 비용을 사전 결제해야 한다. 이어 입국심사대에서 필수 서류들을 확인했다. 서류가 많다 보니 대기 시간도 길었다. 다행히 서류에는 문제가 없었다. 입국 심사원에게 싱가포르에서 묵게 될 숙소를 알리고, 얼굴 사진과 지문을 찍은 뒤 심사대를 통과했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한 이들은 둥근 녹색 스티커를 받는다. 이어 유전자증폭 검사를 하고, 이번엔 분홍색 스티커를 받았다. 공항을 나갈 때까지 이 두 스티커를 붙이고 있어야 한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난 17일 싱가포르의 뉴턴 호커센터에서 식사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난 17일 싱가포르의 뉴턴 호커센터에서 식사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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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나왔다고 자유 아냐

공항을 빠져나왔다고 곧바로 자유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공항 직원 안내에 따라 택시를 타고 백신 트래블 노선 입국자들이 갈 수 있는 숙소로 향했다. 입국 심사와 공항 내 코로나19 검사 자체가 짧지 않은 여정의 하나였다. 새벽 2시30분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받은 유전자증폭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확인될 때까지 숙소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은 최대 12시간이다. 실제로는 검사 7시간 만인 오전 8시, 이메일로 ‘음성’ 판정 결과를 받았다. 이때부터 ‘트레이스투게더’ 앱을 활성화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시설에 들어갈 때 이 앱을 통해 출입 인증을 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행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4시간여 만에 비로소 싱가포르 시내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현지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홀로 또는 둘이 앉은 모습이 일상이었다. 2명으로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가족은 5인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다. 몇십명씩 떼지어 다니는 단체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싱가포르 방역 수칙상 2명까지 모임 인원을 제한하다 보니 ‘단체’ 관광객 역시 2명까지만 함께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예외적으로 거리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한국 관광객을 맞는 싱가포르인들은 환영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거리에서 만난 부신디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싱가포르를 찾은 관광객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하지만 현재 싱가포르 확진자가 하루 3천명 선에서 줄지 않는데 관광객을 받는 게 불안하다. 이곳에서 방역수칙을 성실하게 지킬 수 있는지 걱정”이라고 했다. 반면 싱가포르 뉴턴 호커센터의 한 식당 주인은 “(가게에) 주로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았는데 코로나 이후 한국 관광객을 거의 볼 수 없다”며 “앞으로 한국 관광객이 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싱가포르의 대표 관광명소 머라이언 공원도 한산했다. 코로나 이전 여러 나라의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었던 모습과는 달랐다. 밤에 찾은 싱가포르의 중심 거리인 오차드로드는 길가에 걸린 크리스마스 장식의 불빛으로 빛났다. 싱가포르에서는 보통 11월부터 크리스마스 행사를 시작한다. 오차드로드의 화려함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찍고 있었다.

전체 5일짜리 여정에서 싱가포르에 머문 지 불과 하루 만에 귀국에 필요한 채비를 해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무격리 입국을 위해서는 외국 현지에서 최대 72시간 전에 받은 유전자증폭 검사 음성확인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싱가포르의 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는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코로나19 검사소가 따로 있었다. 여행객 5명이 대기줄에 서 있었다. 검사 비용을 결제한 영수증을 보여주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검사를 할 수 있었다. 18일 새벽 1시, ‘음성’ 판정 결과를 이메일로 받았다. 전체 여행 계획 안에 유전자증폭 검사 일정을 비워두고 꼼꼼히 한국 귀국편을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싱가포르 시민들이 지난 3일 스마트폰 인증 뒤, 식당가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싱가포르 시민들이 지난 3일 스마트폰 인증 뒤, 식당가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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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만만치 않은 ‘트래블버블’

트래블버블이 시작됐다고 해도 개별 여행 절차는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싱가포르에 가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증폭 검사 2번, 싱가포르에서 한국에 들어오기 72시간 전 유전자증폭 검사 1번 등 총 3번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용은 모두 자비 부담이다. 3차례 검사 비용만 40만~50만원이 든다. 그만큼 여행 경비도 뛸 수밖에 없다. 한국에 돌아온 뒤 자가격리가 없는 대신 입국 1일차, 6일차(또는 7일차) 때도 유전자증폭 검사를 해야 한다. 실제 싱가포르 취재를 마친 19일, 기자도 인천공항에 들어와 곧바로 방역택시를 타고 보건소에 1일차 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다. 다만 한국에 돌아온 뒤 받는 검사 비용은 무료이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절차도 복잡하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혼자 준비하려면 출발일 기준 1~2주일 전부터 해야 한다. 싱가포르 이민국 사이트에서 백신 트래블 패스와 입국 카드를 신청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정한 백신 트래블 패스 입국자들이 갈 수 있는 호텔에 연락해 숙박 가능 여부를 확인 뒤 예약해야 한다. 한국 입국 72시간 전 싱가포르 병원을 예약하고 검사를 받는 일을 개인이 직접 처리해야 한다. 이후 한국과 트래블버블 협약을 맺는 국가들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 무격리 입국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여행업계에서는 트래블버블이 국내외 관광산업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싱가포르 쪽 여행사들은 트래블버블에 맞춰 한국 여행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하고 있다. 여행사 다이내스티 트래블의 얼리샤 세아 홍보·커뮤니케이션 국장은 <한겨레>에 “최근 싱가포르에서 <오징어 게임>과 같은 ‘케이(K)-드라마’가 인기다. 한국 민속촌 방문 프로그램에 달고나 게임 프로그램을 포함한 여행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10대를 둔 가정에서 이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관광객들이 코로나19 이전 가장 많이 방문한 동남아시아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야 ‘이제 해외여행이 가능하구나’라고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여행사들도 트래블버블 시행에 맞춰 싱가포르 자유여행과 단체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육현우 모두투어 홍보마케팅부장은 “트래블버블은 국가 간 공식 협약이라 입국 절차가 깐깐하고 복잡하다. 그런데도 트래블버블이라고 하면 ‘코로나 방역이 철저하고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을 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싱가포르 트래블버블의 경우, 시행 초기라 정보가 부족하고 단체패키지도 2명만 가능해 가격도 높은 편이라 아직은 손님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한 시민이 그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시내 상가를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싱가포르 한 시민이 그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시내 상가를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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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풀릴까, 기대 높은 여행업계

여행업계로선 트래블버블 방식으로 빗장을 여는 국가뿐 아니라, 개별 국가가 자체적으로 접종 완료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실제 타이(태국), 프랑스, 스위스, 터키 등 30여개국은 한국과 별도 트래블버블 협약 없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홍보부장은 “1년 전만 해도 트래블버블이 팬데믹 시대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대안인 줄 알았다. 이 때문에 어떤 나라와 트래블버블을 맺을지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프랑스 등 유럽 쪽에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서 트래블버블을 맺지 않고 무격리로 여행객을 맞고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유럽 상품의 경우 2천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여행 수요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 조사를 보면, 지난 10월 해외항공 발매는 전달보다 134% 증가했다. 박정현 인터파크 항공사업부장은 “격리 면제 국가가 늘어나고, 국내에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발표된 10월을 기점으로 연말 해외여행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어디로 튈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은 변수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나라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바로 예약이 줄어든다. 현재는 여행이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는 정도이고 본격적으로 여행이 재개되는 건 내후년쯤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훈 한국관광학회 회장(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가장 타격을 받은 항공업 등 관광산업 인프라가 다시 구축되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그래도 여행이 사라졌던 시대가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국가 간 사람들이 이동하고 문화가 교류한다는 건, 단절됐던 세상이 다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통의 지표”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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