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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논의만 20년’ 차별금지법…“우리를 위한 후보는 애초에 없었다”

등록 :2021-11-09 18:12수정 :2021-11-09 20:48

이재명 “일방통행식 처리 안돼” - 윤석열 “시행되면 일자리 사라져”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일말의 기대가 무너진 느낌이에요. 문재인 대통령도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때라고 말하고, 여당에서도 일부지만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유력 대선후보들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들은 트랜스젠더 ㄱ(34)씨는 “우리를 위한 대선후보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차별금지법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내놓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랐던 시민들의 기대가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까지 부각된 대선후보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심 후보는 9일 차별금지법 제정이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발언을 겨냥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긴급하지 않다. 차별금지법을 나중에 할 거면 대통령도 나중에 하시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찾아 한국교회총연합회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을 두고 “일방통행식의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 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고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해외에도 그런 왜곡된 사례들이 실제로 존재하다 보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그간 표명한 ‘원칙적 찬성’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이 후보는 지난 6월 입장문에서 “지난 대선(2017년 민주당 경선 후보 시절)에서 이미 입장을 밝혔다”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논쟁이 심한 부분은 오해의 불식, 충분한 토론과 협의,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일관하게 차별금지법 입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의 시기상조론은 “차별금지법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재계 논리에 근거를 두기도 한다. 윤 후보는 지난 7월과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선택의 자유가 제한돼 일자리가 사라진다”면서 “사용자나 고용주가 개인, 즉 민간의 영역이라면 그들의 자유 또한 존중돼야 한다. 이들에게까지 차별금지법을 강제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사회적인 합의를 통한 보편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이 명시한 ‘고용에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동성혼에 대해서도 “혼인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온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8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아니다. 갈등의 원인은 일부 종교세력의 눈치를 보는 이재명 대선후보의 편향적 행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난 5일 “윤 후보는 경선을 치르면서 사회적 합의라는 해묵은 핑계를 대고, 노동자가 아닌 기업과 자본의 관점에 서서 차별금지법을 매도했다. 윤 후보가 역설한 ‘공정과 상식 회복’에 차별금지법의 자리는 있는가”라는 논평을 냈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도 유예되어, 2007년 제정을 처음 시도한 이래 20년가량을 채워 논의만 거듭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이 후보 쪽에 대한 실망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이 본인에겐 ‘동아줄’ 같은 법이라고 표현한 성소수자 ㄴ(23)씨는 “‘이 사람도 다르지 않았구나’란 배신감이 든다”며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내세웠다. 그런데 본인이 유력 주자가 되니까 이제는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그 카드를 버리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성소수자 강영훈(36)씨도 “미래권력이 될 가능성이 큰 유력 대선후보들이 반대 입장을 내놓는 바람에 차별금지법 제정이 또 미뤄질까 봐 두렵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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