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한겨레> 자료 사진
서울중앙지검. <한겨레> 자료 사진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퇴임하는 과정에서 성남시 쪽 사퇴 압박 등 직권남용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배임 혐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다른 쪽으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시도인 셈이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2015년 2월 유한기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40분 분량의 녹취파일을 확보해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유에스비(USB)에 저장된 녹취파일은 지난 24일 참고인 조사를 받은 황 전 사장이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유동규(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을 상대로 황 전 사장 사퇴 경위 등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 및 계약 등에 전권을 행사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원 인사규정에는 ‘사장은 성남시장이 임명하고, 시장은 사장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해임하려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거나 해임에 해당하는 징계 등을 받아야 한다. 검찰은 녹취파일 내용을 근거로 일단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의 직권남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017년 12월∼2019년 1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사표를 받아낸 사건에서 임기가 보장된 공공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것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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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에도 당사자가 제출한 녹취파일이 사퇴 압박 의혹의 주요한 증거물이 되면서, 검찰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사퇴 압박 발언을 꺼내게 된 배경, 황 전 사장이 이를 녹음한 이유, 대화의 전체 맥락, 파일 증거능력, 신빙성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황 전 사장 사퇴 경위가 규명될 경우 유동규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배임 혐의를 입증할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민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등 의도적으로 사업 구조를 비튼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수사팀은 이번 주 중 김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때 유 전 본부장을 배임 공범으로 적시하는 한편, 지난 21일 배임 혐의를 뺀 채 구속기소한 유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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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곽상도 의원과 아들의 재산 가운데 50억원을 한도로 하는 검찰의 추징보전 청구를 받아들였다. 추징보전은 범죄로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익을 당사자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동결시키는 절차다. 추징보전 대상은 아들 명의 은행계좌 10여개로 전해졌다. 검찰은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 등으로 받은 50억원을 곽 의원에 대한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