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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야구장 7천명 되는데 집회는 안돼?…정부 “민주노총 집회 원천봉쇄”

등록 :2021-10-18 16:29수정 :2021-10-19 02:35

김창룡 경찰청장. 경찰청 제공
김창룡 경찰청장. 경찰청 제공

김창룡 경찰청장이 오는 20일 예고된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가용한 경찰력을 최대한 활용해 집결부터 적극 차단하겠다”는 원천봉쇄 방침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도 “민주노총이 최대한 파업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가 모임 가능 인원 확대 등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했는데, 정작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1년여 전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응 기조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18일 오후 김창룡 청장 주재로 민주노총 총파업 관련 대책회의를 열어 전국 집회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청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권을 포함해 전국에서 대규모 불법집회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어렵게 지켜온 공동체의 방역체계를 한순간에 위험에 빠뜨리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도 “참가자들끼리 집합으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고, 집회를 관리·차단하는 경찰과의 접촉으로 경찰관도 감염될 수 있다. 폴리스라인(차단선), 격리·이격 장비, 필요하면 차벽도 설치해 금지된 집회가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도록 제지·차단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 집회·행사 개최가 금지된 서울 도심권 등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인력·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참가자가 모이는 단계부터 적극 제지·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참가자들이 차단선 밖에서 집결하거나 신고 인원 초과 등 방역수칙 위반 집회를 강행할 경우에도, 집시법과 감염병예방법 등에 따라 해산절차를 진행하고, 이에 불응하면 현행범 체포, 주동자 사법처리를 하기로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5~7월 서울 도심 불법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돼 19일 첫 재판이 열린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11월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중대한 시점인 만큼 민주노총이 대승적 차원에서 최대한 파업을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며 “총파업이 실행될 때를 대비해 급식·돌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대책을 준비하고, 방역 수칙 위반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리해 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동안 무관중이었던 스포츠 경기도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당장 이날부터 수용인원의 20~30%까지 백신 접종 완료 관객 입장이 허용된다. 경찰청장은 ‘집회 참가자 감염 우려’를 강조했지만,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4700여명 가운데 확진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잠실야구장에 7천명이 모일 수 있게 됐는데, 집회 금지 방침은 여전히 그대로다. 총파업 집회에서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비정규직 철폐 등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지난해와 달리 기본권과 방역의 조화를 고민하는 깊이도 달라지고 있다. 경찰이 집회를 불허해도 법원에서 이를 뒤집는 경우가 잦아진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지난 13일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서울 종로에서 열기로 한 무주택자들의 부동산 정책 규탄 집회를 불허했는데, 서울행정법원은 ‘49명 미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허용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총파업 원천봉쇄 방침에 대해서도 정부가 경찰을 앞세워 ‘손쉬운 방역 퍼포먼스’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경찰 등 행정기관과 법원의 다른 판단은 결과적으로 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 장기적으로 정부 방역 조처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집회를 폭넓게 허용하는 변화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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