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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건설현장 35도 불지옥인데…점퍼까지 껴입은 노동장관 “더우시죠?”

등록 :2021-08-21 17:12수정 :2021-09-27 17:59

[한겨레S] 송주홍의 노가다 칸타빌레 : 35℃ 더위를 견딘다는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처서를 앞둔 마당에 여름 얘기를 해도 괜찮은지, 고민 좀 했다. 그러다 기가 막힌 사진을 한장 봐버렸다. 지난달 30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건설 현장에 방문한 모양이다. 사진 속 안 장관은 셔츠에 점퍼까지 껴입고 있다. 폭염으로 지친 노동자 걱정돼서 왔다는 장관이 점퍼 차림이라니. 상상해보라. 나는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고 머리가 핑핑 도는데, 옆에서 “더우시죠? 걱정돼서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점퍼 껴입고 있다고. ‘이 사람이 지금 날 놀리나?’ 싶을 거다.

비로소 이해가 갔다. 아, 이게 고용노동부 인식 수준이구나. 건설 현장이 얼마나 더운지,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전혀 모른다. 그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니까, 폭염에 점퍼 차려입고 현장에 잠깐 들렀다 떠나면 되는 장관의 복장에 아무도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거다. 장관으로서의 격식을 갖춰 입은 거라는 핑계, 사양한다. 그보다 우선해야 하는 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과 배려다. 이 글을 안 장관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내년엔 제발 제대로 된 폭염 대책 마련해주길 바라는 마음 꾹꾹 눌러 담아. 우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오늘도 최고기온 35℃에서 망치질하고 온 사람의 리얼 후기랄까.

여름은 버틸 수밖에 없는 지옥

아침 7시, 연장을 챙겨 현장으로 갔다. 일 시작하기 전인데도 땀이 줄줄 흘렀다. 오늘도 장난 아니겠구나. 시작하자마자, 20㎏ 넘는 무거운 자재를 쉴 새 없이 들었다. 망치질도 수천번 했다. 고개를 숙이는데 머리, 이마, 얼굴에 흐르던 땀이 빗방울처럼 ‘툭툭툭’ 떨어졌다. 온몸이 이미 땀범벅이다. 시계를 봤다. 이제 겨우 오전 10시다. 해가 뜨면 습도도 함께 오른다. 이때부턴 숨 쉬는 것도 괴롭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도 알 거다. 오전 내내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일하다 점심 먹으러 밖에 나왔을 때 숨이 ‘컥컥’ 막히는 느낌. 그 느낌이 종일 이어진다. 정오에 가까워지면 콘크리트 바닥도 뜨겁다. 잠깐만 서 있어도 발바닥이 후끈후끈해진다. 두꺼운 안전화 신고 있는데도 그렇다. 당장이라도 안전화가 녹아 바닥에 ‘쩌-억, 쩌-억’ 달라붙을 것 같다.

오후에는 체감온도가 40℃ 이상 올라간다. 하늘에서 내리꽂는 직사광선에, 콘크리트 바닥에서 튕겨 나오는 반사열, 거기에 온몸에서 뿜는 체열까지 더해지니, 그럴 만도 하다. 온몸이 불덩이가 되는 거다. 오후 2시가 절정이다. 머리가 핑핑 돈다. 속이 울렁울렁한다.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내가 이 정도니, 나이 많고 혈압 높은 형님들은 오죽할까 싶다. 실제로도 어지럼증과 탈수로 쓰러지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오후 3시쯤 되면 속옷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우리에게 땀이라는 건 송골송골 맺혔다든가, 주룩주룩 흘렀다든가, 혹은 왕창 쏟았다든가, 하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땀을 온몸으로 ‘싼다.’ 그래서 퇴근 무렵이면 다들 옷이 허옇다.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이 종일 마르고 젖고 마르길 반복해 소금꽃이 피는 거다. 오후 5시, 드디어 퇴근이다. 일을 했다기보다는 오늘도 겨우 버텼다는 생각뿐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여름이란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지옥이다. 그냥 지옥 말고 불지옥.

이런 상황에 고용노동부의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은 ‘물, 그늘, 휴식’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더우면 물 마시고, 그늘에서 쉬라는 거다. 세상에나. 그걸 모를까 봐서. 네살짜리 조카도 알겠다.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대책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더 힘 빠지는 건 따로 있다. 안 장관은 점퍼 입고 현장 와서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여줄 것을 당부”했다. 고용노동부에 묻고 싶다. 권고, 지도, 당부만으로 그 수칙이 지켜질 거라고 믿는 건가? 그렇게 믿는다면 ‘노가다판’을 너무 순수하게 보는 거다.

현실 모르고 예방수칙만 강조

지금도 수많은 원청과 하청에서 벌금을 감안하고 범법적인 공사를 묵인·동조한다. 왜? 그렇게 해서 생기는 이득이 벌금으로 인한 손실보다 훨씬 크니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만들어졌는데. 가벼운 벌금으로는 해결 안 되니까 더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만든 거 아닌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폭염에 작업을 하는 경우 적절하게 휴식을 주”라거나, “그늘진 휴식장소를 제공하”라는 등 폭염 관련 규정이 몇몇 있긴 하다. 그럼 뭐 하나. 아무도 안 지키는데.

장관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원청과 일정 협의해서 세팅된 현장 가지 말고, 기습적으로 아무 현장이나 한번 가보시라. 도대체 어디에 그늘이 있는지. 그늘에서 쉬고 싶어도 그늘막이 없다. 있어봐야 그 넓은 현장에 한두곳이다. 현실적으로 그 먼 곳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없다. 그냥 뙤약볕에서 잠시 숨 돌리고 마는 거다.

수칙 가운데 ‘폭염 시 매시간 15분 이상 휴식’이라는 조항도 현실성 없긴 마찬가지다. 목수 일당이 평균 20만원 안팎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2만5천원이 넘는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매시간 15분 쉬려면 매일 2시간은 쉬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청업체 입장에서 보면 목수 한명당 하루 5만원씩 손해다. 큰 현장은 목수가 100명도 넘는다. 하루면 500만원이고, 한달(25일 기준)이면 1억원 넘는 돈이다. 어느 하청이 현장 10곳을 관리한다 치면 한달에 10억원 이상 손해다. 그런 마당에 어떤 하청업체 소장이 낭만적으로 매시간 15분 쉬게 해주겠냐는 말이다. 우리 소장도 대놓고 얘기한다. 금전적 손실에 대한 지원 없이 예방수칙만 강요하기 때문에 지킬 수 없단다. 그러니 양해해달란다. 정 더우면 적당히 알아서 담배 한대씩 피우고, 물 한잔씩 마시면서 하라는 게 하청 입장이다. 이게 현실이다. 강제성 없는 수칙은 동화에서나 가능하다. 내년 여름엔 또 몇명이나 죽어나갈지, 벌써 걱정이다.

한겨레S 송주홍
한겨레S 송주홍

송주홍 |
글 쓰는 노가다꾼. 낮에는 집을 짓고, 밤에는 글을 짓는다. 대전과 서울에서 기자로 일했다. 처음엔 머리나 식힐 요량으로 시작했던 노가다판에서 삶을 배운다. <노가다 칸타빌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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