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첫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시우씨.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첫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시우씨.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닌 개인적 신념에 따라 현역 입대를 거부한 병역거부자가 처음으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우(활동명·3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신념과 신앙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시우씨는 2017년 11월 현역병 입대를 거부해 재판에 넘겨졌다. 성 소수자인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남성성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집단 문화에 거부감을 느껴왔다고 한다. 대학 입학 뒤 사회 참여적인 기독교 단체를 통해 용산참사 문제 해결 집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 수요집회 등에 참여하며 비폭력·평화주의 양심을 형성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 및 성 소수자를 존중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에 따라 군대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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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 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 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11월 대법원도 여호와의 증인 신자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 인정하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 뒤 열린 2심은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앙과 신념이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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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로 시우씨는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 자동 인용 결정을 받아 36개월 동안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합숙 복무할 예정이다.

임재성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 뒤 기자회견을 열어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도 매우 좁은 문이 열렸다”며 “대체역 심사위가 만들어졌는데도 여전히 재판을 받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고통을 멈추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보다 허용할 수 있는 선으로 나아가는 데 이번 판결이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우씨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무죄를 선고받거나 재판을 받지 않고 대체역 심사위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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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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