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이 31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교육정보원에서 실시한 원격수업 강의지원단 연수에서 초·중·고교 교사들이 온라인 강의 제작 실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시교육청이 31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교육정보원에서 실시한 원격수업 강의지원단 연수에서 초·중·고교 교사들이 온라인 강의 제작 실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 사회가 전국 모든 학교의 ‘온라인 개학’이라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4월6일 일괄 등교 개학 대신 사상 처음으로 전국 초·중·고의 온라인 개학을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이 별다른 준비도 없이 미래 교육의 출발선 위에 서게 된 것이다.

3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을 열어 “9일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중·고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16일, 초 1~3학년은 20일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전시 기간에도 천막 학교를 운영했던 대한민국 교육 역사 70여년을 되돌아본다면,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여건과 환경이 불충분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원격수업과 온·오프 미래형 수업의 구현, 에듀테크 기술과 산업에서 가장 혁신적으로 발전할 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1일부터 모든 학교와 교사는 본격적인 원격수업 준비에 들어가고, 온라인 개학 뒤에는 원격수업이 정규수업을 대체하게 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등교 개학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휴업·휴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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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은 등교 개학 병행 가능성도 열어뒀다. 유 부총리는 “등교 시작일을 명시하지 않는 대신, 향후 지역과 학교 상황에 따라 온라인 수업과 출석 수업을 탄력적으로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병행이 가능한 시점을 4월 말께로 예상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애초 일정보다 2주 연기돼 12월3일 치르게 됐다. 수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도 8월31일에서 9월16일로 조정됐다. 장기간의 개학 연기로 고3 학생들의 대입 준비 기간이 부족해지고 교사들도 진학상담 기간이 부족해졌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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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는 온라인 개학 방침을 수긍하면서도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과 학생들 사이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이날 논평을 내어 “시기적으로 촉박한 상황에서 와이파이 등 기초적인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학교 현장에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 수업이 오히려 계층 간, 지역 간 교육격차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온라인 개학’이 교사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의도치 않게 교사들이 새로운 수업 방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며 “원격수업이 기존에는 많이 시도해볼 수 없었던 ‘거꾸로 수업’(수업 전에 학생들이 교사가 제공하는 영상으로 미리 공부하고 수업에서는 모둠활동, 토론 등을 진행하는 방식) 등 새로운 교육으로 가는 진입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