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비리로 인한 불량급식 문제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서울 충암고의 학부모들이 지난해 10월 학교 정문 앞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급식 비리로 인한 불량급식 문제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서울 충암고의 학부모들이 지난해 10월 학교 정문 앞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이 본격화한 2011년부터 급식에 쓰이는 가공식품에 대해 ‘유전자 변형 농산물’(지엠오·GMO) 사용 금지라는 품질기준을 적용해 왔다. 국간장은 국내산 콩메주와 천일염을 사용한 제품을, 토마토케첩은 산탄검(식품의 점도를 높이는 첨가물)을 넣지 않은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친환경’이 들어가면 가격이 비싸지만 지역에 속한 학교들끼리 공동구매를 하면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며 “교육청이 예산을 책임지는 무상급식을 하면서 공동구매 정책 등을 통해 식재료 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행 5년째를 맞이한 무상급식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서 급식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 교육청의 다양한 급식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원해야 할 교육부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무상급식으로 인해 급식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무상급식을 폄훼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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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시·도 교육청의 예·결산 사항을 취합해 공개하는 누리집인 ‘지방교육재정알리미’(www.eduinfo.go.kr)를 보면, 교육부는 지난 7월 ‘지방교육재정알리미 시리즈 제11호-시·도교육청의 무상급식 현황은 어떻게 될까요?’라는 분석 보고서를 게시했다.

보고서를 보면, 무상급식을 받는 초·중·고 학생 비율은 2011년 46.8%에서 올해 67.6%로 크게 늘었다. 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혜택을 볼 정도로 무상급식이 정착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10개 시·도 교육청은 초·중학교에 대해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었다. 반면 대구·울산·경북·경남은 초·중·고 모두 소득에 따른 선별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편차 탓에 무상급식 지원 학생 비율은 가장 높은 세종이 87.9%, 가장 낮은 경남이 24.3% 등 격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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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통계를 제시한 뒤 보고서는 “학부모 부담이 경감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식재료로 영양 있는 식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행하게 된 무상급식이 오히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식의 질적 저하 우려가 커지는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지금 시점에서 무상급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무상급식 이후 급식의 질이 떨어졌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대전 ㅂ초 등에서 불량급식 논란이 일어서 이번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종 불거지는 불량급식 논란은 유상급식이냐 무상급식이냐 하는 무상급식 정책과 무관하게, 개별 학교의 급식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다. 실제 수년째 불량급식을 해오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관련자 5명이 기소된 바 있는 서울 충암고는 유상급식을 하는 학교였다. 지난달 문제가 된 대전 ㅂ초는 무상급식을 하고 있지만, ㅂ초 급식실 내부의 갈등이 불량급식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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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전에 수익자 부담 경비로 했을 때는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들이 있었고, 학교 급식 예산이 충분치 않아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며 “무상급식 이후에는 전체 학생에 대해 급식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식비 미납이 없고, 안정적으로 급식을 운영할 수 있어 오히려 급식의 질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최낙성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급식의 질을 결정하는 건 사실상 가공식품의 질과 급식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인데, 무상급식 이후 시·도 교육청이 이를 책임지고 있다”며 “좋은 급식정책을 중앙정부가 권장하고 확산시키는 일은 하지 않고 무상급식을 폄훼만 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