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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청년취업협동조합 박장호 대표

등록 :2014-01-13 20:02

지난 3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스펙 위주의 잘못된 채용문화를 바꾸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박장호 대표(왼쪽에서 둘째)는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기가 중심이 돼서 소신껏 살라. 원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적성, 꿈 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스펙 위주의 잘못된 채용문화를 바꾸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박장호 대표(왼쪽에서 둘째)는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기가 중심이 돼서 소신껏 살라. 원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적성, 꿈 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청년취업협동조합 박장호 대표
“스펙쌓기 그만합시다~! 잘못된 채용문화 청년취업협동조합이 함께합니다!”

지난 3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7명의 청춘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여기에는 ‘토익+자격+어학연수=40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구직자들이 취업을 위해 필요한 스펙 쌓기에 드는 평균비용을 뜻한다. 그들 앞으로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힐끔 쳐다보며 지나갔다. 이들은 직장인들에게 ‘스펙초월채용 은행’, ‘그만합시다 그리고 함께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핫팩을 나눠줬다.

이날 캠페인에 나선 이들은 청년 구직자들이다. 옆에서 바닥에 무릎을 대고 엎드린 채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청년취업협동조합의 박장호(30) 대표가 눈에 띄었다.

“기업의 잘못된 채용문화를 바꾸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돈으로 따는 스펙이 아닌 자신의 몸으로 부딪혀 직접 만드는 ‘리얼 스펙’을 쌓는 중입니다.”

두 시간 동안 계속된 캠페인이 끝나고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청춘사랑방 카페에서 박 대표를 다시 만났다. ‘스펙초월채용기획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초저스펙으로 험난한 취업의 문을 뚫었다. 강원도 춘천 한림대를 졸업하고 학점 4.5만점에 3.29, 토익 235점으로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 대기업인 D기업, L기업, 외국계 기업 등에 다수 입사했다.

물론 처음부터 바로 합격했던 건 아니었다. 취업박람회를 수없이 쫓아다니고 유·무료 취업컨설팅, 취업스터디를 하면서 구직활동을 했다. “처음엔 직무 분야를 따로 정해두지 않고 저한테 맞는 기업이다 싶으면 다 지원했어요. 100군데 넘게 넣었을 때까지 서류통과가 한 번도 안 됐어요.(웃음)”

그는 합격하기 위해 나름대로 분석을 시작했다. 메이저 공기업은 스펙을 공식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곳을 골라 지원했다. 가령, 스펙 필터링(서류 전형에서 스펙만 보고 일단 거르는 작업을 일컫는 말)을 거치는 공채보다는 이메일접수를 하는 수시채용을 노렸다. 지원 자격에 ‘토익 몇점 이상 우대’면 지원 안 하고 ‘토익소지자’면 원서를 썼다. ‘영어능통자’를 제시하는 회사는 제치고, ‘영어가능자’를 제시하는 회사에는 응시했다. 외국계 기업은 국·영문 이력서 제한이 따로 없으면 지원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기업에 대해 꼼꼼히 분석한 뒤 기업의 입장에서 썼다. 글은 일반적인 형식이 아닌 신문인터뷰 기사 형식으로 자유롭게 썼다. 인사담당자가 읽기 쉽게 단락을 구분하고 제목이나 소제목도 꼭 달았다.

노력 끝에 합격은 했지만 적성에 안 맞아서 3일 다니다 그만둔 적도 있었다. 그 뒤로도 한 달, 세 달을 못 버티고 줄줄이 퇴사했다.

“스펙만 쌓고 취업하면 퇴사율 높아
모든 걸 서류화한 채용문화 잘못”
기업-구직자 맞춤형 연결해주는
스펙초월채용은행 프로젝트 시작

“대부분의 대학생도 저처럼 구직활동 과정이나 훈련 없이 졸업을 해요. 또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스펙을 쌓아서 취업하다 보니 조기 퇴사율도 높을 수밖에 없죠. 다른 이들이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자는 생각에 모임을 만들었어요.”

2011년 인터넷 카페(www.chungchun2030.com)를 처음 만들었을 당시만 해도 연락 온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취업컨설팅을 해줬다. 카페 회원이 1만1000명을 넘고 마음에 맞는 청춘들이 모여들면서 최근 협동조합까지 꾸리게 됐다. 대학가 근처에 ‘청춘사랑방’이란 스터디카페도 열고 취업특강이나 스터디를 장소 임대료만 받고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요즘도 기업에 ‘위장면접’을 보러 다닌다. 최종합격을 해도 실제 입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위장이라는 말을 붙였다. 그는 “내 자소서나 활동내역 등의 자료를 보고 기업에서 면접 시험에 오라고 연락이 자주 온다. 주로 인사·마케팅·사회공헌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계속 구직활동을 하는 건 초저스펙으로도 얼마든지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분석해서 구직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두 해 전에만 해도 오로지 스펙 위주로 인재를 채용했지만 요즘 정부에서 ‘스펙초월’을 강조해 기업에서도 자소서 비중을 높이고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추세”라며 “그러다 보니 스토리도 스펙화돼서 비행기 태워서 히말라야에서 사진을 찍어 스펙으로 만들어주는 상품까지 나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리얼스펙학교’를 만들어 구직자들에게 적성을 찾는 동시에 자기만의 진짜 스펙을 만들고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도록 도와주고 있다. 박 대표를 비롯해 국내 굴지의 막걸리 제조회사, 수협중앙회 감사기획팀 출신 등의 20~30대 조합 임원진이 나서 자소서나 면접은 물론 문서작업, 보고서 작성 등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을 알려준다. 또한 캠페인이나 재미난 구직활동을 직접 기획해서 진행한다.

박 대표는 우리 채용문화 중 가장 잘못된 점을 “획일화된 관료문화”라고 꼽으며 “사람을 뽑는 데 공을 들이지 않고 모든 걸 서류화해서 편리하게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스펙 위주로 그물을 던져서 끌어다 모으고 그 안에서 뽑아서 훈련을 시켜요. 하지만 구글 같은 외국기업을 보면 작살을 꽂듯 심층적으로 개인면담을 해서 역량을 보고 뽑기 때문에 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하죠.”

이 때문에 얼마 전부터 기업을 돌아다니며 맞춤형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스펙초월채용은행’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헤드헌팅인 셈이다. 그는 “기업에 사전조사를 나가서 실무에 필요한 요구사항이나 처우, 근무환경을 일일이 확인한다. 이후 단순한 스펙이 아닌 그 기업만의 맞춤형 이력서를 만들어 구직자들을 모집한다. 그들에게도 연봉과 구체적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레어메탈코리아라는 철강 전문 무역회사와 제휴해 인재를 모집 중이다.

“구직자분들, ‘묻지마, 카더라 통신’ 다 무시하세요.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하다 보면 막연했던 적성, 꿈, 어떤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지 다 나옵니다.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가 중심이 돼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에 멘토는 많지만 그 멘토들처럼 살 수는 없어요. 본인 소신껏 살아가는 게 최고죠. 제 얘기도 적당히 걸러서 들으세요.”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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