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교육

군대식 훈련으로 될까요
리더십, 나눔으로 키워요

등록 :2013-08-19 20:18

지난 14일 경기도 양주 한마음청소년수련원 강당에서 열린 ‘어린이 나눔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교통지옥’이라는 모험ㆍ협동 놀이를 하고 있다. 좁은 판자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자리를 옮기려면 참가자들이 서로서로 도와야 가능하다. 곽윤섭 선임기자 <A href="mailto:kwak1027@hani.co.kr">kwak1027@hani.co.kr</A>
지난 14일 경기도 양주 한마음청소년수련원 강당에서 열린 ‘어린이 나눔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교통지옥’이라는 모험ㆍ협동 놀이를 하고 있다. 좁은 판자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자리를 옮기려면 참가자들이 서로서로 도와야 가능하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어린이 나눔캠프’를 가다
‘리더십 함양’을 내세운 극기 훈련 캠프가 늘어나고 있다. 리더십이 군대식 훈련으로 육성되는 걸까? ‘어린이 나눔캠프’에 참여해 협동, 인내, 절제, 나눔 등을 몸으로 자연스럽게 배우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나뭇가지랑 가지를 받치는 우리 손가락 무게가 한쪽에 집중되어서 그런 거 같아. 무게를 조절해보자.”

인천공항초 6학년 정산하군이 임무 수행에 실패해 안타까워하는 모둠원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냈다. 김군을 비롯해 10명의 조원들이 나뭇가지 하나를 가운데 놓고 씨름을 시작한 건 오후 2시15분. 폭염이 절정이던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양주 소재 한마음청소년수련원 만남광장에 서서 ‘마법나뭇가지 놀이’를 하는 학생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학생들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 동안 아름다운재단이 마련한 ‘어린이 나눔캠프’ 중 모험·협동놀이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마법나뭇가지’는 열 사람이 서서 각자 한 손가락씩 내밀고 손가락 위로 나뭇가지를 받친 채로 나뭇가지를 무릎께까지 내리는 놀이. 이땐 누구의 손도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10명 모두 서로 손을 안 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4모둠 옆에서는 다른 모둠들이 ‘단체줄넘기’ 등을 했다. 같은 시간, 2층 강당에서는 또다른 모둠들이 작은 나무판자 하나를 놓고 10명이 발을 대고 올라타야 하는 ‘지구는 만원’ 등 또다른 놀이에 열중했다. 학생들은 서로의 손을 얼기설기 잡고 모두 판자 위에 올라서려고 애썼다. 중간 중간 “너 때문에!” 이런 소리가 들리자 허재승 지도자가 말했다. “서로 비난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가자는 말 잊지 않았죠?” 이 말에 학생들은 콧등에 맺힌 땀을 닦으며 다른 친구 손을 잡고 다시 판자 위로 올라갔다.

2004년 ‘나눌 줄 아는 리더를 키우자’는 뜻으로 시작한 ‘어린이 나눔캠프’는 올해로 10회째.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70명 규모로 열린다. 공부, 학습을 강조하지 않지만 매해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안학교인 볍씨학교 5학년 박기태군은 같은 학교 친구 이지원군과 함께 작년에 이어 캠프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다른 캠프들은 그냥 놀게 놔두거나 억지로 뭔가를 자꾸 시키는데 이 캠프는 우리 스스로 정하고, 참여하는 게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캠프를 진행한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 전국재 소장은 “리더십이라고 하면 상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만을 생각하는데 한 명의 ‘슈퍼스타’가 아니라 개개인들에게 자기 역할과 재능을 바탕으로 공동체 속에서 ‘멤버십’을 보여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캠프 성격을 소개했다. ‘나눔’에 방점을 찍은 캠프는 아주 사소한 데서도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모둠 담당 지도자들은 “경청하자, 누구도 소외시키지 말자, 배려하자”는 말을 여러 번 했다. 학생들은 캠프 내내 “밥을 먹을 땐 모든 모둠원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원칙을 지켰다.

캠프 첫날인 12일, 학생들은 10명씩 7개 모둠을 이뤄 다문화 어린이와 장애인 등이 있는 각종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모금활동, 나눔장터 등을 한 뒤 수련원에 왔다. 이 캠프는 이런 봉사로 시작한다. 모둠별로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 쪽 지도자 2명이 함께하지만 활동 주체는 아이들이다. 봉사활동 계획부터 역할분담, 구체적인 실행, 활동 예산 정리 등은 모두 학생들이 한다.

3모둠에 속했던 율현초 5학년 유준호군은 서울 후암동 ‘가브리엘의 집’에서 1살짜리 중증장애인 아이를 돌봤다. 유군은 “안고 재우다가 울면 우유를 타줬다”며 “엄마 생각도 났고, 장애인들을 보면서 ‘무섭다’고 생각했던 태도도 버리게 됐다”고 했다.

가게 일 도와주고 받은 돈도 흔쾌히

“저희는 어린이 나눔클럽에서 나온 봉사단입니다. 저희는 가게를 청소하고 받은 기금으로 집세가 밀려서 어려워하는 소년·소녀를 도우려고 합니다. 유리창과 바닥 껌 떼기 등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7모둠에 속한 서울 공덕초 5학년 허지윤양이 12일과 13일 오전 동안 서울 광나루역과 아차산역 부근에 있는 가게를 돌아다니며 했던 말이다. 허양은 “우리 모둠은 가게 등을 돌아다니며 일을 한 대가로 돈을 받고, 이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게를 돌며 여러 번 거절을 당하면서 노하우도 생겼다.

같은 모둠에서 활동한 등마초 5년 정성휘군은 “가게 주인한테 그냥 ‘일을 도와드린다’고 하니 막연해하시더라. 그래서 그 가게에서 필요로 하는 일감이 뭔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구체적으로 제안을 했다”며 “가게마다 뭘 필요로 하는지도 유심히 보게 됐고, 기금 마련을 위해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도 알았다”고 했다. 이렇게 문을 두드려본 가게는 60여곳. 모인 돈은 약 25만원.

허양은 “들어갔던 가게 중 미용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미용실에서 파마 말 때 쓰는 흰 종이를 펴는 일도 했는데 종이가 젖어 있어서 손끝이 붓더라고요. 손에서 파마약 냄새도 났고요. 힘들던데요. 그래도 기부할 돈을 많이 모아서 보람이 큽니다.”

카리스마적 슈퍼스타 아니라
멤버십 보여주는 리더십에 중점
3박4일동안 나눔과 봉사 체험
활동비·식비 아껴 기부하기도
“나눔참여 77%가 리더로 성장”

주최 쪽에서는 첫날 모둠별로 식비(한 사람당 한 끼니에 6000원)와 봉사활동에 필요한 잡비 등을 합쳐 40여만원을 활동비로 줬다. 학생들은 이 활동비를 아껴 쓰고 캠프 마지막날 남은 돈과 개인 용돈 등을 합쳐 모둠별로 정한 곳에 기부를 한다.

좋은 리더는 마음 잘 헤아리는 사람

활동비를 아끼는 건 아이들에게는 인내와 절제의 시간이었다. 3모둠에 속했던 창일초 5학년 박민준군은 “밥값이 한 끼 6000원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 돈을 아껴 기부하고 싶어서 3200원짜리 햄버거를 먹고, 500원짜리 싼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도 찾아갔다”며 뿌듯해했다.

외국에서는 어린 시절, 이런 방식의 공동체, 나눔 활동으로 리더가 된 사례들도 많다. 아름다운재단 정온주 간사는 “미국 미시간재단협의회 연구를 보면 어릴 때 나눔 활동에 참여한 아이들 중 77%가 자신이 속한 단체와 지역사회에서 리더로 성장했다는 결과도 있다”고 했다.

서울 봉은초 6학년 강예성군은 4학년 때 나눔캠프에 참여한 뒤 일상에서 다양한 나눔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군자 할머니가 만든 ‘김군자 할머니 기금’에 기부를 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 등을 라면상자에 넣고 돌아다니며 파는 ‘보부상 바자회’도 열었다. 작년부터는 조조 영화를 본 뒤 절약한 영화비를 모아 기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건국대사범대부속중학교 1학년 성민영군은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3년 동안 이 캠프에 참여했다. 성군은 “부자들이 돈 없는 사람한테 돈을 나눠주는 게 나눔이고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좋은 리더는 사람들에게 명령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그 의견을 종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3박4일 캠프에 참여했다고 리더십이라는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니다. 허재승 지도자는 “리더십, 나눔과 공동체 의식 등이 캠프 다녀와서 하루아침에 생길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캠프 출발 전, 부모님을 모시고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캠프에서 배운 것들이 가정교육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조선일보가 국정원 기사 왜곡”…‘뿔난 검찰’ 정정보도 청구 방침
가림막 뒤 국정원 직원들, 답변 거부 아니면 기억상실
“1점에 목숨을 건다”…프로야구 대주자, 그들이 사는 법  
[화보] 가림막 청문회, 그림자 댓글녀
[화보] ‘녹색 페인트’ 풀었나…하늘에서 본 4대강 녹조

진실을 후원해주세요
용기를 가지고 끈질기게 기사를 쓰겠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어둠을 거둡니다.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방역패스 제동’ 걸자마자 법복 벗는 판사들…“사법신뢰 훼손” 비판 1.

‘방역패스 제동’ 걸자마자 법복 벗는 판사들…“사법신뢰 훼손” 비판

김건희 “노무현은 희생하는 분, 문재인은 신하 뒤에 숨는 분” 2.

김건희 “노무현은 희생하는 분, 문재인은 신하 뒤에 숨는 분”

“죽기 싫다”…소방관 250명, 방화복 입은 채 청와대 앞으로 3.

“죽기 싫다”…소방관 250명, 방화복 입은 채 청와대 앞으로

대형마트·영화관·독서실·학원 등 내일부터 방역패스 해제 4.

대형마트·영화관·독서실·학원 등 내일부터 방역패스 해제

학원 뺐지만 ‘청소년 방역패스’는 살아 있다…오미크론 확산도 관건 5.

학원 뺐지만 ‘청소년 방역패스’는 살아 있다…오미크론 확산도 관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Weconomy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더나은사회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