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이임평 창업지원단장(공간정보학과 교수)은 “학창시절 창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창업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체의 창업 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제공
서울시립대 이임평 창업지원단장(공간정보학과 교수)은 “학창시절 창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창업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체의 창업 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제공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미국 나스닥에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이 상장돼 있고, 1인당 창업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가 된 데는 20대 젊은이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와 탄탄한 창업 지원 시스템, 대학의 연구와 기술을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시립대는 창업에 관심이 있는 일부 학생들을 지원하는 정도의 관심으로 창업지원단을 운영하지 않는다.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창업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스라엘식 창업 문화와 창업 국가 조성에 기여한다는 비전 아래 창업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창업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이임평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오래 전부터 연구실 벤처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는데다 올해에는 서울시립대 캠퍼스 인근을 창업밸리로 조성하는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간정보 분야에서의 연구 성과 및 인재양성, 일자리 창출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난 11일 서울시립대 창업지원단장실에서 만난 이임평 단장은 “우리나라가 창업에 소극적인 이유는 살면서 창업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학창시절 창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창업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체의 창업 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단장과의 질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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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왜 대학이 창업을 지원하고 주도해야 하는가?

많은 학생들이 안정적인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취업을 희망하다 보니 지금까지 교내에서도 창업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았다. 또 많은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면서 실제로 연구와 논문 등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 연구의 목적이 결국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논문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연구의 결과가 기업으로 가고, 기업이 그 연구를 실용화해서 사회의 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반성이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실제 사회 현장에서 통하는 연구가 되게 하기 위해선 대학이 창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에는 오랜 연구와 기술을 축적해온 교수들도 있고, 신입 대학생부터 석·박사까지 다양한 레벨의 인재풀도 가지고 있으니 창업에 유리하다. 그것이 서울시립대가 ‘창업선도 대학’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다양한 행정 부서에 흩어져 있던 창업 관련 업무를 통합해 총장 직속 기구로 창업지원단을 운영하는 이유다.

서울시립대의 창업지원이 다른 대학과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 대학 창업의 차별성은 도시과학,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반의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울시립대는 1996년 국내 최초로 ‘도시과학대학’을 설립한 이래 도시행정과 도시사회, 건축, 도시공항, 교통공학, 공간정보 등 도시과학 특성화 대학으로 성장해왔다. 또 서울시립대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립대학으로서 서울시의 보건, 의료, 교통 등 공공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에는 ‘ESG’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시과학대학 내 환경공학부가 환경오염을 방지하거나 경감시키기 위해 필요한 처리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어 창업 아이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갖는다. 우리 대학은 이같은 인프라와 인력, 기술 등을 토대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업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창업률은 어떤가?

지난 2020년에는 4개 기업이 창업을 했고, 지난해에는 16개 기업이 창업을 하는 성과를 냈다. 3년 연속 학생 창업 수는 증가 중이며, 특히 경영학 전공생들의 창업 시도가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창업 사례로는 도시사회학과 졸업생인 이온 대표가 지난해 창업한 ‘트레드앤그루브’다. 제 역할을 다한 폐타이어 표면의 고무층을 얇게 분리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해 ‘타이어 업사이클링 수제화’ 상품화에 성공했으며,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1200% 펀딩 달성률을 기록한 데 이어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경영학과 재학생 손유린 대표가 2020년 창업한 ‘민들레마음’도 눈에 띄는 사례다. 중증환아의 그림을 이용해 디자인 굿즈를 개발하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포함해 고려대구로병원, 영남대병원 등 전국의 병원과 활발하게 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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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인근을 창업밸리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중이라고 들었다.

서울 시내 대학 중에 100년이 넘은 학교들이 많다 보니 캠퍼스 주변이 노후화된 곳들이 많다. 서울시에서 대학을 중심으로 주변 공간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예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서울시 캠퍼스타운 종합형 사업’인데 우리 대학이 지난해 선정되었다. 우리 대학은 4년간 8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서울시립대 정문부터 서울시립대로와 캠퍼스 인근을 청년 창업밸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립대 주변에는 청량리역이 있어 대중교통 접근도가 뛰어나면서도 아직 덜 개발되어서 건물 임대료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 지금 청량리역과 학교의 중간 위치에 건물을 하나 사서 창업 공간을 만들어서 열심히 창업 지원을 하고 있다. 거기서 잉태된 스타트업들이 성장해서 옆으로 분가해 나가면서 그 거리가 창업밸리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캠퍼스타운 사업은 원칙적으로 3회까지 선정이 가능해 최대 12년간 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뒤에는 가시적인 창업밸리를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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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무엇이 있나?

우리 대학은 ‘서울시 캠퍼스타운형 취업사관학교 시범운영 대학’으로도 선정되어 서울시 청년 102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의 직무역량 교육을 추진했다. 특히 인문사회계열 학생 등 비전공자 대상의 기초과정인 ‘디지털 전환인재 양성과정’과 이공계열 등 전공자 대상의 심화과정 ‘4차 산업 기술인재 양성과정’으로 교육을 분할·운영함에 따라 수준별 교육을 실시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인턴십 기회를 제공받는다. 지역창업 지원사업 ‘소셜임팩트 쿱(SI Coop)’도 운영했다. 이는 서울시립대학·지역청년들의 지역기반 창업자를 발굴하고 창업 교육 및 지원을 제공해 지역주민과 만나는 커뮤니티 거점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경계선지능 청년의 일터인 ‘휘카페’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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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관련 교과목도 있나?

‘청년창업과 인턴십’, ‘기업가정신 특강’ 등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과 산업계를 연결하고 있다. ‘청년창업과 인턴십’은 학생이 희망하는 스타트업을 일대일로 매칭해 인턴십을 수행하도록 하는 실습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은 창업기업 대표와 멘토링을 통해 성공적인 창업을 준비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 특강은 동문으로 구성된 창업자들의 창업 경험 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강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전체 단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 관련 교양과목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학생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 학기를 의무적으로 ‘창업 학기’를 보내게 함으로써, 모든 재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생들과 한팀으로 묶여져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작해 연구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까지 경험해보고 졸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같은 경험이 꼭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취업을 하거나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