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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코로나로 정말 육아가 힘들어졌을까

등록 :2022-01-10 17:42수정 :2022-01-11 02:31

MZ아빠의 육아일기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지배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한 조사에선 우리나라 부모 절반이 코로나19 이후 우울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도 그랬으니까.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 날이 늘어나다 보니 언제부턴가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육아 부담도 큰 원인이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맞벌이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상당한 걱정거리였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확진자가 발생해 자가격리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코로나19가 주는 불확실성에 마음 졸이며 사는 날이 반복되었다.

코로나19는 아빠 역할을 하는 데도 부작용을 낳았다. 아이와 놀면서 수시로 스마트폰을 꺼내 보기 시작했고, 영상을 보여주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증가하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고, 그러다 보니 예전 안 좋은 습관이 다시금 고개를 든 것이다.

아이에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일도 많아졌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상황인데도 나도 모르게 감정 섞인 말이 나왔다. 자기도 똑같다는 친구 아빠 말에 위로를 얻기도 하고, 다른 멋진 아빠를 보며 ‘왜 나는 저렇게 하지 못하지?’ 하고 반성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아빠로서 만족스럽지 못한 행동이 부쩍 많아진 원인이 무엇일까? 코로나19만 끝나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까?’

궁금한 마음에 기록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하루 동안 아빠로서 내 모습이 어땠는지, 잘한 점과 아쉬웠던 점을 간략히 적었다. 아이와 잘 놀아주지 못했거나 화를 낸 날에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추가로 기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빠 역할에 대한 만족도가 코로나19와는 그다지 관련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니 주말에 아이와 온종일 집에 있었다고 해서 아빠로서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를 보낸 것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자주 보긴 했지만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거나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아내 직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나와 아내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았던 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아빠로서 내 만족도는 오히려 다른 날보다 높았다.

아빠로서 아쉬움이 많았던 날은 주로 내가 지쳤을 때였다. 몸살 기운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을 때,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을 때 감정이 올라오는 속도가 빨랐다. 코로나19보다 그날 나의 몸과 마음 상태가 아이와의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득 그동안 내가 코로나19 뒤에 숨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쳐야 할 행동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이를 고치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스마트폰 없이 아이와 놀고, 아이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편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를 알아차리고 나를 더 살피면서 아빠 역할도 조금씩 나아지게 되었다.

코로나19는 분명 육아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만큼은 큰 변수로 작동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부쩍 아이에게 화를 내는 횟수가 늘었다면 먼저 내 몸과 마음을 돌보자. 끊임없이 나를 응원하며 건강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때 아빠로서의 하루하루도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다.

최현욱 | <85년생 요즘 아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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