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가 다시 ‘자유학기제’로 축소된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등 상급 학교 진학 전 2학기에는 일부 기간을 활용해 진로 탐색·설계에 집중할 수 있는 ‘진로연계학기’가 도입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공교육의 설계도가 될 예정이다.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 중·고교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돼 2026년이면 초등학교 전 학년, 2017년이면 초·중·고 전 학년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듣게 된다. 총론 주요사항은 이 설계도의 ‘뼈대’로써 큰 틀의 개정 방향과 교과목별 시수 등이 담겨있다.
이날 공개된 총론 주요사항 시안을 보면, 2025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자유학년제’ 대신 ‘자유학기제’가 적용된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체험 및 진로교육에 집중하는 시기로 2016년 모든 중학교에 도입됐다. 이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18년부터는 이 기간을 1년으로 늘릴 수 있게 됐는데 현재 전국 대부분의 중학교가 ‘자유학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의 진로체험활동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시험을 치르지 않아 학력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2025년부터는 한 학기에 102시간(기존 170시간)만 자유학기로 운영하고 편성 영역도 주제선택·진로탐색·예술체육·동아리 활동 등 4개를 주제선택·진로탐색 영역으로 통합했다.
대신 교육부는 학교급이 전환되는 시기에 맞춰 진로연계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중학교 3학년 2학기,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를 ‘진로연계학기’로 운영하고, 상급 학교에서 새롭게 경험하게 될 자유학기,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중학교 3학년의 경우 희망 진로를 구체화하고 미리 고교 선택과목 설계를 해보는 기회를 이때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기 위해 필수이수학점(84학점)보다 자율이수학점(90학점)이 더 많은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현재 3년 동안 2890시간(1교시 50분·204단위)에 이르는 수업량이 2560시간(192학점)으로 줄어든다. 국어, 영어, 수학, 통합사회의 필수이수학점도 각 10단위(1단위는 주당 50분씩 한 학기 17주 수업)에서 8학점(1학점은 주당 50분씩 한 학기 16주 수업)으로 줄어든다. 12단위이던 과학은 10학점으로 줄었다. 일각에선 주요 과목인 국·영·수 필수이수학점이 줄면서 세 과목 수업시간이 105시간 감소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국·영·수 선택과목을 상한선까지 최대치로 편성하기 때문에, 실제 국·영·수 수업은 약 40시간가량 감소에 그친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단, 한국사(6학점)와 체육(10학점), 예술(10학점) 등 교과군의 필수이수학점은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기 위해 필수이수학점(84학점)보다 자율이수학점(90학점)이 더 많은 점이 특징이다.
초등학교에도 처음으로 선택과목이 도입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예고된다.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이 확대되면서 매 학기 68시간 범위 안에서 학년별로(3~6학년) 선택과목을 신설할 수 있게 된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혁신지원실장은 “학교가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이나 지역 연계 과목 또는 인공지능 관련 과목 등을 심도있게 배우면서 의미 있는 탐구활동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1~2학년의 경우 한글 익힘 학습과 실외놀이·신체활동이 강화된다.
한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모든 교과에 걸쳐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 디지털 기초소양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기초소양 강화와 더불어 정보교육이 강화되는데 초등은 34시간, 중학교는 68시간까지 권장하고 고등학교는 선택과목 2개가 추가된다. 직업계고 교육과정에는 전문공통과목으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을 신설하는 등 노동인권·안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이날 발표된 총론 주요사항을 토대로 앞으로 1년 동안 구체적인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 시안이 개발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새 교육과정은 내년 11월께 교육부 장관이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이어 교육부는 2025년 고1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시안을 2023년 상반기에 마련하고 2024년 2월에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이른바 ‘미래형 대입’에 대해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개정을 반영한 평가가 돼야 한다”며 “현행 수능 체제가 그대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현대사 교육 부실화” 논란에…고교 한국사 수업 감축 없던 일로
‘현대사 교육 부실’ 우려를 낳았던 고등학교 한국사 수업 시수 감축 시도가 무산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사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한 결과 주변국가들과의 관계, 역사교육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다 공감을 했지만 암기 위주의 교육과정 운영에 부족함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현행대로) 6학점으로 유지하되 다양한 탐구와 체험을 통해 암기식 학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고교 한국사 수업 시수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춰 기존 6단위(1단위는 주당 50분씩 한 학기 17주 수업)에서 5학점(1학점은 주당 50분씩 한 학기 16주 수업)으로 줄이는 방안이 한때 검토됐다. <한겨레>가 지난달 고교 한국사 수업 감축 계획을 보도한 뒤, 역사교사들이 고교 역사교육의 뒷부분인 현대사를 제대로 배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는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가 계획을 철회한 모양새다.
박형주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장은 이날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주변국의 역사왜곡 문제, 역사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 자국사 교육을 강화하는 글로벌 동향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고등학교 한국사에서는 특히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현대사를 배우는데 시수가 과도하게 줄어들면 기존에 가르치던 내용을 다 다룰 수 없고 수업은 파행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는 학생들의 역사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현행 시수를 유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