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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인간의 언어는 황제펭귄의 허들링과 같아”

등록 :2021-10-04 18:52수정 :2021-10-05 02:33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 앞장선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

언어란 사회적 결속·교감 행위
어려운 언어로 인한 비용 막대해
정치인·공무원 말 계속 살펴야
상명대 국어문화원(천안캠퍼스)은 충남 지역 공무원 교육과 공문서 및 누리집 진단, 문화재 안내문 감수 등 다양한 언어문화 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학생과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공모전과 우리말 겨루기 등도 진행하며, 지난해부터 <한겨레>가 연재하고 있는 ‘쉬운 우리말 쓰기’ 기획 기사도 감수하고 있다. 그래서 상명대 국어문화원 김형주 교수는 연구실에서보다 언어 현장을 발로 뛰며 어려운 공공언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자동차가 지난 7년간 주행거리 20만㎞를 기록한 이유다.

‘한글날’을 앞두고 지난달 23일 김형주 교수를 만나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의 의미와 방향 등에 대해 물어봤다. 김 교수는 “과도하거나 어색한 순화어는 오히려 순화어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순화어를 만들 때 순화 대상어(외래어·외국어·한자어)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번역하지 말고 그 말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주 교수는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더 나아가 관계 발전의 도구”라며 “이왕이면 따뜻하고 친절하고 쉽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형주 교수 제공
김형주 교수는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더 나아가 관계 발전의 도구”라며 “이왕이면 따뜻하고 친절하고 쉽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형주 교수 제공

<한겨레>의 ‘쉬운 우리말 쓰기’ 연재를 감수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겨레>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박물관과 식물원을 ‘살아 있는 언어교육장’으로 규정한 점이 좋았다. 우리 국민이 따로 시간을 내어 어문규범을 공부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자주 접할 수 있다면 저절로 건강한 언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다. 본래 ‘쉬운 언어’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의 눈에 비친 현장의 언어 환경이 궁금했는데, <한겨레>가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면서 일상생활 속 언어 환경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니까 참 좋았다.”

<한겨레>의 ‘쉬운 우리말 쓰기’가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나.

“쉬운 우리말 쓰기와 관련하여 ‘외국어 남용 3일 대응팀’과 ‘새말모임’이 우리말에 이해하기 어려운 말(순화 대상어)이 들어오면 이 말을 빠르게 쉬운 말로 대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병에 걸렸는데, 그 병을 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의 언어 환경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겨레>의 ‘쉬운 우리말 쓰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유어보다 한자어, 한자어보다 외래어를 좀 더 격식을 갖춘 말로 생각하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다뤄주면 좋겠다.”

<한겨레>가 공익광고, 국립박물관에 이어 동식물원의 안내문 속 우리말을 살펴보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언어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또 어느 부문을 들여다봐야 할까.

“기본적으로 말의 무게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 또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라지기에,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의 언어를 살펴보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런 점에서 부모의 말도 중요하고, 의사의 말도 중요한데, 공무원의 말과 정치인의 말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막말에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 그런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의 말만큼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말도 없기 때문이다.”

공공언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즉 민주주의와 중대한 연관이 있는데도 잘 실천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적으로 언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전달의 도구도 아니고, “그냥 한 말인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더 나아가 관계 발전의 도구이다. 그러니까 이왕이면 따뜻하고 친절하고 쉽게 해야 한다.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목적은 ‘침팬지의 털 고르기’와 같고, ‘황제펭귄의 허들링’과 같은 사회적 결속 행위이자 개인적 교감 행위이기 때문이다. 말을 그냥 ‘단순한 말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몇해 전에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무려 4조원에 달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공기의 소중함을 나 몰라라 해서 미세먼지로 인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듯이, 언어의 소중함을 나 몰라라 하다 보면 결국 어려운 말과 차별적인 말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비용과 스트레스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개인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갈등도 결국은 말 때문에 더 악화된다. 남북문제를 비롯해 한-일 문제도 정상적인 대화가 오가지 않아서 뒤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서도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해서 가정이 파괴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다문화시대, 정보통신시대에 외래어·외국어·신조어 등이 넘쳐나고 언어파괴 현상도 심하다. 굳이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의식적으로 써야 하는 이유가 뭘까.

“예전에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과 사회적 소통망(SNS)의 발달로 누구나 다 말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언론만 해도 예전에는 몇개 매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셀 수도 없는 인터넷 언론과 1인 미디어가 있다.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은 늘었지만 그 말과 글에 대한 책임의식은 갖추지 못하니 더 자극적인 말과 글이 넘쳐나고 있다. 한 시대의 말은 그 시대의 얼굴이다. 1940∼50년에 등장한 ‘사바사바’라는 말이 그 시대의 자화상이 되었듯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신조어도 결국은 우리 시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말이 될 것이기에 우리 시대의 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소통의 즐거움을 우리 모두가 누리기 위해서는 고압적이거나 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

국어문화원에 대해 모르는 국민도 많이 있다. 소개해달라.

“국립국어원은 아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국어문화원은 공무원도 기자들도 잘 모르는 곳이다. 국어문화원은 언어문화 개선 운동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다. 국립국어원이 ‘머리’라면 국어문화원은 ‘손과 발’이 되는 곳이다. 의료기관 중에도 동네 의원 같은 1차 의료기관이 있고, 대학병원 같은 3차 의료기관이 있듯이, 우리 말과 글을 사용하다가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기면 멀리 있는 국립국어원보다 가까이 있는 기관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든 곳이 국어문화원이다. 그런가 하면 청사 내 언어 환경을 진단한다든지 지자체 공무원 교육을 할 때도 가까이 있는 22개의 국어문화원을 이용하면 마치 단골 병원을 이용하듯 관리가 정확하고 편리하다.”

천안/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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