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키즈존을 없애달라”는 아동들의 요구에 사업주 대상 실태조사 등만 진행하고 그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복지부와 사단법인 한국아동단체협의회,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제21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전국대회를 열었다. 해마다 열리는 아동총회에서 전국 10∼17살 아동대표 80여명이 모여 아동과 관련된 사회문제·정책 등을 토의하고, 총회를 마무리하며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낸다. 각 부처는 그 내용을 검토한 뒤 요구사항 수용 여부 등을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 보고한다.
지난해에는 아동총회에서 △노키즈존(아동 또는 아동 동반 출입 금지 사업장) 철폐 △예·체능 교육 강화 △아동 전용 놀이터 및 체험활동 확대 △취약계층에 대한 학습 기회 보장 및 강화 △내실 있는 방과후교육 등 14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문이 채택됐다. 지난해 결의문을 보면, 아동대표들은 ‘민폐되는 행위의 잘못을 아동에게 돌리고 차별하는 시설인 노키즈존을 없애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개선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올해 아동총회 개최소식을 알리며 “지난해 결의문 14건에 대한 각 부처의 정책 수용 여부 및 이행현황을 점검한 결과, 채택된 결의문 모두 수용(일부수용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업주 대상으로 노키즈존 운영 실태와 인식을 조사하고, 양육친화환경 조성 캠페인을 벌였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태조사와 함께 인식 제고 캠페인을 하고,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여러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일부 수용’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정부가 아동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혜련 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실태조사·캠페인 뒤에도 노키즈존이 줄지 않고, 인식도 그대로라면 효과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거나, 캠페인 뒤 노키즈존에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확인해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