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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종교

‘고슴도치 딜레마’ 상처와 예의 사이

등록 :2016-10-11 17:53

어떤 사람이 추운 겨울밤 고슴도치 떼를 우리에 넣었다.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 찬바람이 불어오자 부들부들 떨던 고슴도치들이 한 마리 두 마리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따뜻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여든 고슴도치들이 자기 자리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 저마다 가시를 세우기 시작했다. 세워진 가시는 서로 상대방을 찌르고 피를 흘리게 했다. 모여든 고슴도치들은 아파서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흩어지면 다시 춥다. 추워서 부들부들 떨다가 견딜 수 없어 다시 몰려들기 시작한다.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이고…. 날이 밝아왔다. 아침에 나가 보았더니 모두 죽어 있었다. 절반은 얼어서 죽었고 절반은 피를 흘리고 죽었다.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받고 너무 떨어지면 추위를 타는 고슴도치의 딜레마는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가 쓴 우화에 등장한다. 고슴도치는 떼로 다니는 법이 없는 외로운 동물이다. 늑대와 양, 코끼리, 까마귀마저 떼로 다니지만 고슴도치는 무리를 짓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고슴도치는 늘 홀로 다닌다. 그러나 고슴도치가 언제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타는 계절이면 고슴도치도 서로를 찾는다. 그러나 문제는 만나면 서로가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다가가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러한 모습은 고슴도치의 딜레마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고슴도치만 가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많은 가시가 있다. 우리에게는 거절, 비난, 무시, 분노, 오만, 이기심, 시기, 경멸, 질투의 가시 등이 있다. 이러한 가시를 잘 숨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조금만 다가가 보면 그 가시가 여지없이 드러나 보인다. 돌아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는 가시투성이 고슴도치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만 고슴도치가 아니라,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고슴도치라는 사실이다. 외로움으로 인한 절망감과 가시로 인한 상처 사이에 낀 고슴도치 딜레마는 우리의 딜레마인 것이다. 딜레마라는 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택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말이다.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은 선택이다. 고슴도치들은 바늘이 없는 머리를 맞대어 겨울에 체온을 유지하거나 잠을 자는 선택을 했다. 이것은 아마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사람들도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서로가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거리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가 상처받는 것도 남이 상처받는 것도 원치 않는 방법으로 ‘예의’라는 옷을 입었다. 예의를 차려 가시에 찔릴 일을 줄이고 서로의 온기는 적당히 만족되었다.

그런데 예의를 차리면 차릴수록 질서는 있는데 이웃은 없어지고 상처는 덜 받게 되었는데 정은 느낄 수 없게 된 것은 무슨 까닭인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행복을 위해서는 불행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승리를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살기 위해서는 위험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용기를 가지듯 사람으로부터 받을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에 받은 상처를 내면화하지 말고 서로에게 가시가 있음을 인정하고, 찔린 상처를 드러냄으로 서로를 알아야 한다. 가시가 두려워서 사귀기를 머뭇대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없다. 친구란 서로의 상처 난 가슴을 끌어안고 사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또 자기 내면의 성장을 위해서는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러 불행, 위험, 실패, 거절을 당하라는 말이 아니라 삶을 살기 전에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살다가 불행이나 실패와 거절을 당하게 되면 기꺼이 맞이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삶과 맞서는 태도를 가질 때 나의 삶은 온통 행복으로, 기쁨으로, 부유함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문병하 목사(양주 덕정 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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