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피디협회, 기자협회 등 직능단체 회원들이 정연주 사장 해임안을 다루기 위해 이사회가 열리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3층 회의실을 들어가려다 경찰들이 들어와 밀어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KBS 이사회,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통과
반대 이사 4명 퇴장 뒤 ‘친여’ 성향 6명 기습 의결
해임제청·의결 조항없어 논란…직원-경찰 충돌도 한국방송 이사회가 오전 10시10분께 한국방송 본관 제1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 5일 감사원이 특별감사 결과를 이유로 감사원법상 해임요구 조항을 근거로 들어 해임 제청권자(한국방송 이사회)에게 해임 제청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정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함에 따라, 사실상 정 사장의 해임을 유도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정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사원의 해임 요구와 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의결의 효력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법 32조9항은 ‘(피감 대상) 임원이나 직원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할 때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 요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비위’란 “개인비리가 현저하다고 인정할 때”로 해석할 수 있는데, 개인비리를 찾지 못한 정 사장에게 적용하는 게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장]KBS 이사회,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통과…직원-경찰 충돌도
[%%TAGSTORY1%%]
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의결과 대통령의 해임 절차가 현행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방송법에는 원천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 보장을 위해 면직 규정이 없다. 또한 한국방송 이사회에는 방송법에 따라 한국방송 사장 임명 제청권만 있을 뿐 해임을 제청하거나 의결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이날 이사회는 처음부터 파행을 겪었다. 재적이사 11명 가운데 휴가 중인 이춘발 이사를 제외하고, 친여 성향의 유재천 이사장, 권혁부 이춘호 박만 강성철 이사 등 6명이 해임안 상정에 반대하는 이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기습적으로 해임안을 밀어붙였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제적인원의 과반 출석이면 의결이 가능하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안 상정에 반대했던 남윤인순 이사(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이기욱 이사(법무법인 창조 대표변호사), 박동영·이지영 이사는 현 이사회에서 해임 제청안 상정에 반대하는 신상발언을 한 뒤 퇴장했다. 남인순 이사(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공영방송 역사상 경찰력을 부른 채 이사회를 연다는 것은 치욕이다. 이 상태로 이사회를 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10시40분께 퇴장했다.
이기욱 이사도 “방송법상 이사회에는 사장 제청권은 있지만 해임 제청권은 없어 정 사장 해임 제청은 상정될 수 없는 안건”이라며 “법에 어긋난 안건 상정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11시30분께 퇴장했다.
해임안 가결에 동참한 이사들은 이에 앞서 KBS 피디·기자·경영협회 등 직원들이 이사회 저지 실력행사를 결의하자, 8시15분께 사복경찰 100명의 호위를 받고, 본관 매장 공제회관 쪽 1층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사회 장소인 본관 3층 회의실에 입장했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열린 본관 앞과 1층 로비, 이사회가 열린 3층에서는 이사회를 저지하려는 KBS 직원과 이를 막으려는 청원경찰과 사복경찰들이 서로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KBS 노조원, 기자·피디·경영협회 등 200여명의 직원들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본관에 집결해 “이사회는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이사회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이사회의 지시를 받고 직원들의 출입을 막은 안전관리팀 소속 직원들을 향해 “역사 앞에 부끄러운 짓 하지 맙시다” “청원경찰 당신들도 KBS 직원입니다”라고 울부짖으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지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사장의 변호인단은 감사원의 해임 요구에 대해 7일 법원에 해임요구 무효 확인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을 비롯 KBS 직능단체,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정연주 해임’을 정권의 언론 탄압 및 언론 장악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영상/박수진, 은지희 피디 eunpd@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통과 이후는
▶ 이명박 정부, 또 무더기 ‘낙하산·보은인사’
▶ 불심검문에 발가벗겨진 ‘소떼’의 진실 / 공지영
▶ 짱구춤 아니고 막춤도 아냐 ‘테크토닉’이야~
반대 이사 4명 퇴장 뒤 ‘친여’ 성향 6명 기습 의결
해임제청·의결 조항없어 논란…직원-경찰 충돌도 한국방송 이사회가 오전 10시10분께 한국방송 본관 제1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 5일 감사원이 특별감사 결과를 이유로 감사원법상 해임요구 조항을 근거로 들어 해임 제청권자(한국방송 이사회)에게 해임 제청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정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의결함에 따라, 사실상 정 사장의 해임을 유도하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정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사원의 해임 요구와 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의결의 효력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법 32조9항은 ‘(피감 대상) 임원이나 직원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할 때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 요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비위’란 “개인비리가 현저하다고 인정할 때”로 해석할 수 있는데, 개인비리를 찾지 못한 정 사장에게 적용하는 게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 통과 이후는
▶ 이명박 정부, 또 무더기 ‘낙하산·보은인사’
▶ 불심검문에 발가벗겨진 ‘소떼’의 진실 / 공지영
▶ 짱구춤 아니고 막춤도 아냐 ‘테크토닉’이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