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 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4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고집불통 아집을 조금도 바꾸지 않겠다는 확인 사살”이라고 비판했다.
90여개 언론·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으로부터 공영방송을 독립시키고, 방통위를 합의제 기구답게 운영할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거부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야욕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거부권 행사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헌법 정신 부정”이라고 말했다.
방송4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기존 ‘방송3법’에 방통위법 개정안을 더해 이르는 말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까지 늘리고 추천권을 다양화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정치권 입김을 줄이자는 취지를 담고 있고, 방통위법은 현재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2인 방통위 의결’을 방지하고자 개의·의결 정족수를 4명으로 못 박는 내용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폐기 수순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들 법안을 가리켜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인데도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처리됐다”며 “방송 공정성·공익성을 훼손하려는 야당의 강행 처리”라고 규정했다.
방송3법은 지난해 21대 국회에서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폐기된 바 있다.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집권여당은 그동안 방송3법, 방통위법 개정 논의를 철저히 외면하고, 국회의장의 중재안도 걷어차며 반대만 외쳐왔다. 고집불통 윤석열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힘은 용산의 2중대를 자처하며 ‘노조의 공영방송 장악법’이라는 왜곡 선동으로 법안을 폄훼했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은 19번째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승만 대통령(45번)을 제외하면 가장 많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