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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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문화방송(MBC) 재직 당시 법인카드 부정 사용 논란에 대해 “정상적 영업 활동에 썼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사적 유용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 사용내역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에는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혀 법인카드 사용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09년부터 보도본부장을 지낸 2015년 2월까지 (법인카드) 사용처가 호텔인 것만 5900만원(216건)에 달하고, 이 가운데 결제가 집중된 서울 중구 5성급 호텔에서만 5056만원(152건)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자는) 63빌딩 고급 식당에서 7500만원을 사용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특급 호텔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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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 2015년 3월 대전문화방송 사장으로 임명된 뒤에도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대전문화방송 법인카드 사용 기준을 보면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 업무와 무관한 곳으로 간주되는 영수증은 처리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후보자가 자택 반경 500m 이내에서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확인해보니, 총 41회, 400만원 정도를 썼다”고 지적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인카드 사용의 적절성에 관한 지적이 계속되자 이 후보자는 “업무 목적 외에 사용한 적은 한번도 없고, 사적으로는 단 1만원도 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자는 법인카드 사용내역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 요구에 대해 “접대의 상대방도 있는 것이어서 못하겠다”며 거부했다. 이에 과방위에서는 오는 27일 대전문화방송을 직접 방문해 이 후보자가 사장 재직 기간에 집행한 경비 내역을 직접 검증하기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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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 주장과 관련해 문화방송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2018년 1월 문화방송 감사국은 전 관계회사 임원에 대해 동일한 기준으로 소명을 요청했으며, 이진숙 대전문화방송 사장에게도 전화·문자메시지·등기우편(내용증명) 등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전부 연결이 되지 않거나 반송됐다”며 “사적 사용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었으나 특별감사가 진행되지 못해 밝혀내지 못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가 과거 정당인이나 일반인 신분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린 일부 글과 발언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이 후보자는 과거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리고, 정당 주최 강연에서 일부 영화와 연예인들을 ‘좌파 영화’, ‘좌파 연예인’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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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5·18을 ‘폭도들의 선동으로 일어난 사태’라는 글에 과거 공감을 표시했다는 점 등을 지적한 뒤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냐. 피해 가지 말고 본인의 가치관과 역사관을 이야기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 특정 발언에 대해 제가 발언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내가 아무런 소속이 없이 자연인으로 말한 것들에 대해 말씀하시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직에 들어간다면 철저히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했다. 자신의 문제적 발언을 들어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 의원의 지적엔 “사퇴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