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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홍일 방통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2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홍일 방통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및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운영 방식 개편을 위한 법 개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방통위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문화방송 대주주) 이사 선임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해 논란이 인다. 이는 ‘합의제 기구’라는 취지가 무색해진 방통위가 국회의 입법권마저 존중하지 않은 채 방문진을 기존 관행에 따라 여권 우위의 구도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발언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야당과 언론단체는 ‘2인 체제’의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끝내 강행한다면, 김홍일 위원장에게 직권남용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 진행을 공식화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현안보고에서 “방통위는 방통위법에 따라 한국방송(KBS)과 방송문화진흥회, 교육방송(EBS) 등 공영방송 이사 등에 대한 추천과 임명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영방송 임원의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관련 법령을 준수해서 임원 선임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7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방송 3법에 동의하느냐”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사진의) 대표성도 부족하고 편향성도 우려되어 결국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방통위법 개정안을 두고서도 “의사 정족수를 4인으로 할 경우 시급한 현안이나 기한이 정해져 있는 사안에 대처하는 데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입장도 거듭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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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과방위에서 열린 방통위법 개정안 입법청문회에서도 방송 3법 및 방통위법 개정 절차와 관계없이 방문진 이사의 임기가 끝나기 전 후임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학계와 직능단체, 시청자위원회 등에 개방하고 이사 수도 21명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회의 개의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정해 지금처럼 2인 체제로 운영되는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의 국회 발언과 과거 공영방송 이사 선임 사례를 종합하면, 오는 8월12일에 기존 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방문진 등 공영방송 3사의 새 이사 선임 절차는 7월 초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법 등에서는 공영방송 3사 이사의 선임 시기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2021년과 2018년 사례를 보면 방통위는 7월 첫번째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3사 임원 선임계획’을 의결함으로써 이사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방문진 이사 선임계획안을 언제 의결할 것인지 묻는 야당 의원에게 “적절한 시점에”라고만 답변했다. “지금 진행 중이냐”라는 추가 질의에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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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 등 야당과 언론단체, 방송 3법을 지지하는 학계에선 김 위원장의 “법령을 준수해서 임원 선임을 추진하겠다”는 발언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국회에서 관련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2인 체제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 전면 교체를 밀어붙이면 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25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법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가 임명되지 않으면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현 이사가 업무를 이어가도록 돼 있는 만큼, 지금 당장 이사 교체에 나서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법원이 2인 구성의 방통위가 내린 주요 의사 결정에 대해 잇달아 문제가 있다는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김홍일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 선임을 진행할 경우 직권남용 혐의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문화진흥회법(6조)에서는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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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방통위가 김 위원장 예고대로 끝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매듭짓고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 3법 등의 개정 절차도 끝난다면, 새롭게 선임된 이사진의 자격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방위 소속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하면 방송 3법이 입법되었을 때 방통위가 추천·임명한 기존 이사와 개정안이 충돌하는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모를 리 없는 방통위가 국회 논의를 기다리지 않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하는 것은 방통위 스스로 법적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언론개혁티에프(TF) 자문위원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기존 2인 체제에서 이뤄진 방통위의 일부 의사 결정에 대해 법원이 ‘방통위법 입법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건 만큼, 국회가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면 (방통위도)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게 맞다”고 짚었다.

최성진 박강수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