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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미디어

“사람 쥐어짜 만드는 KBS 드라마 ‘미남당’, 방영 미뤄달라”

등록 :2022-06-07 13:31수정 :2022-06-07 15:26

‘근로기준법 준수’ 요구한 스태프들 해고 논란
드라마 <미남당> 오는 27일 KBS 첫 방송 앞둬
시민사회단체 “KBS도 책임있게 나서야” 촉구
드라마 &lt;미남당&gt; 홍보 이미지. 한국방송 누리집 갈무리
드라마 <미남당> 홍보 이미지. 한국방송 누리집 갈무리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요구한 드라마 스태프들을 모두 해고해 논란을 빚은 드라마 <미남당> 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한국방송>(KBS)에 사태 해결 전까지 드라마 방영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7일 오전 ‘드라마 방송제작 현장의 불법적 계약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불법제작 강행하는 KBS 드라마 <미남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드라마 <미남당> 제작에는 KBS 자회사인 몬스터유니온과 피플스토리컴퍼니, AD406 등 3개 회사가 참여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한 웹소설 <미남당-사건수첩>이 원작이며, 피플스토리컴퍼니의 배우 매니지먼트 전문 자회사 스토리제이컴퍼니 소속 서인국, 오연서가 주연을 맡았다. <미남당>은 KBS 월화 드라마로 편성돼, 오는 6월27일 첫 방송을 예고한 상태다.

공동행동은 “‘원청’이자 공영방송인 KBS는 책임을 통감하고 제작사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며, <미남당>이 끝까지 불법적으로 촬영된다면 6월27일로 예정된 방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미남당> 불법촬영 논란은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노동시간 및 재계약과 관련해 불거졌다. 드라마 촬영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졌는데, 지난달 31일 스태프 재계약을 앞두고 촬영·녹음 등 기술 스태프 20여명이 제작사에 ‘근로기준법 준수 및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지난 5개월여 동안 과도한 노동시간 탓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스태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약서에 8시간 휴식을 보장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촬영을 마친 뒤 장비를 정리하는 시간 등은 업무 시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2시인데 그날 새벽 6시30분에 다시 집을 나서야 했다. 숙박비를 사비로 내고 촬영장 근처에서 자기도 했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김효실 기자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김효실 기자

노조는 하루 평균 11~12시간씩 주 4일 촬영하는 일정이 이어져, ‘1주일에 12시간’까지만 근로시간 연장을 허용한 근로기준법 제3조를 어기는 상황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재계약을 앞두고 하루 10~11시간 범위에서 주 5일 촬영하는 일정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으나, 제작사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리어 제작사들은 이런 요구를 한 스태프들과의 재계약을 거부하며 사실상 해고했다. 노조는 제작사가 노사협의 과정에서 ‘드라마 스태프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 ‘제작사가 근로기준법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제작사들 주장과 달리,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7월 4개 드라마 제작 현장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스태프들의 계약 형식은 업무 위탁(프리랜서)여도 실질적으로는 근로 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때 고용노동부는 감독급 스태프를 뺀 팀원급 스태프들의 노동자성만 인정했는데, 그 뒤 법원에서는 감독인 스태프도 근로자(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무엇보다 영화 제작 현장에서 주 52시간 노동 등 근로기준법 적용이 점차 확산하고 있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스태프들은 드라마 제작 현장의 열악한 처우를 더욱 체감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또 다른 <미남당> 스태프는 “저희가 하는 일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는 일이 같은데 한쪽에선 근로자고 한쪽에선 프리랜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커지는 만큼,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도 근로계약서를 쓰고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은 노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제작사들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문을 내어 “<미남당> 쪽은 스태프들과 합의하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 내용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했다”며, “지금까지 제작기간 23주 동안의 평균 촬영시간은 주당 약 39시간이었고, 가장 적게 촬영한 주의 촬영시간은 약 25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불법 해고’와 관련해, “대부분의 스태프는 기존 계약 내용과 동일조건으로 계약기간 연장에 합의하였으나, 일부 스태프들이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일부의 주장처럼 제작사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즉 해고를 통보한 적은 없으며,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계약종료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제작사 입장에 대해, 김기영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제작사의 노동시간 집계 기준은 촬영 전 장비를 세팅하는 시간, 촬영 마치고 정리하는 시간, 이동시간 등을 제외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근로기준법에는 주 52시간제는 물론 주당 연장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한 조항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해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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