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일부 국내 언론사들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국제뉴스 경쟁이 도마에 올랐다. ‘인육케밥’ 오보나 ‘중국 뱀술’ 오보(<한겨레> H:730 6월3일치 에디터레터)를 비롯해 6하원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기사가 ‘클릭’ 경쟁 속에 쏟아지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런 행태는 여전한 모양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8일 신문방송 모니터를 통해 최근 국내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보낸 ‘1.5룸 청소 100만원’ 기사가 3년째 한국 언론에 등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7일 <데일리안>을 시작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이상 17일), <파이낸셜뉴스> <인사이트>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이데일리> <MBN>(이상 18일) 등은 ‘청소하는 데 100만원 부른 집’이란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라며 네티즌 반응을 전했다. 청소한 사람이 공개했다는, 집 안 청소 전 산더미처럼 쓰레기가 곳곳에 쌓인 사진들을 온라인 기사에 붙인 것도 대동소이했다. 문제는 이 내용이 이미 2019년 한 포털사이트 청소 카페에 올라와 논란이 됐었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2년 전에도 이를 <인사이트>가 다뤘고 지난해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하자 <위키트리>가 또다시 다뤘다고 지적했다. 몇번의 검색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하지만 3년째 반복된 기사는 이번에도 일부 언론사의 ‘많이 본 기사’ 순위에 올랐다. 민언련은 “별다른 취재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그대로 ‘긁어온’ 글이 포털의 많이 본 뉴스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한국 언론의 수준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 “포털 역시 언론의 상업적 클릭 경쟁으로 벌어지는 오보 양산 등 저널리즘 품질 하락에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큐레이션 사이트 성격의 인터넷 매체뿐 아니라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로 불리는 언론사들마저 ‘복붙’(복사해 붙이기) 기사 경쟁에 뛰어들거나, 심지어 앞장서는 행태는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조선일보>가 온라인 이슈 대응을 위한 자회사를 출범시키며 경쟁은 더 불붙는 분위기다. 매체에 따라 편집국 소속 기자들이 직접 쓰거나 외부의 전담조직이 맡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바이라인은 ‘기자’로 되어있다. 심지어 일부 일간지는 스스로 편집하는 모바일 채널에 이런 커뮤니티류의 기사들을 대거 올리기도 한다.
단순 화제성 기사만이 문제가 아니다. 민언련은 지난해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화 과정에서도 언론들이 확인되지 않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인용한 ‘연봉 5천 소리질러’ 보도를 경쟁적으로 내보내 “사안의 본질은 외면한 채 갈등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언론중재법 개정 논란 과정에서 많은 언론사들은 ‘가짜뉴스’의 온상은 유튜브나 1인 미디어라며, 거대 언론사를 겨냥한 언론중재법 개정을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이런 행태를 바꾸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 한, 언론계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이런 의미 없는 속보 경쟁을 멈추고 언론 본연의 역할에 맞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지적에 해당 언론사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