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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코로나19 자가격리 때 연차를 쓰라고요?

등록 :2021-04-30 20:47수정 :2021-05-01 16:24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26일 오전 광주 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광주 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어쩌다 코로나19 때문에 자가격리를 하게 됐는데, 회사에서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남겨둔 연차 며칠을 자가격리에 쓰라고 강요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이런 일이 현실에서 꽤 자주 일어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이유로 들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노동자에게 크고 작은 불이익을 주는 회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죠.

안녕하세요. <한겨레> 사회정책부에서 노동 분야를 맡고 있는 박준용입니다. 이 글이 실린 신문이 배달되는 1일은 노동자의 날인데요. 이날을 맞아 앞에서 설명한 불이익들이 얼마나 많이 발생했고, 이는 왜 법적으로 잘못된 일인지 설명하고자 이렇게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1월 이후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12만2007명(30일 0시 기준) 발생했습니다. 대략 우리 국민 424명당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경험이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니 자가격리나 회사 방역 등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게 된 경험을 하신 분도 꽤 많으실 겁니다. 코로나19 추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자가격리와 방역 조처는 필요하지요. 하지만 문제는 일부 회사의 꼼수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4월 코로나19 관련 휴업이나 휴가, 휴직에 관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익명신고센터(센터)에 신고된 사례들을 보면 이 꼼수들의 백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센터에는 지난 3월 말까지 1년여 동안 모두 2704건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제조업체에서는 지난해 5월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 이태원 방문 이력이 있는 노동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회사는 이 노동자들이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자가격리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처지요. 문제는 회사가 자가격리 기간 중 이틀은 연차휴가, 이틀은 무급휴가로 처리해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회사의 지시대로 자가격리를 했더니 연차휴가 이틀이 없어졌고, 이틀간의 임금도 받지 못하게 된 겁니다. 센터에 접수된 가장 많은 신고가 이렇게 자가격리나 휴업 등 코로나19 영향으로 노동자가 출근하지 못할 때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937건)하거나 ‘휴업수당을 미지급’(756건)한 경우였다고 합니다.

‘출근을 안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회사는 일방적으로 연차휴가를 지정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가 요청한 시점에 쉬게 해야 합니다. 회사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만 노동자의 휴가 시기를 제한적으로 변경할 수 있을 뿐입니다. 무급휴가 또한 노동자의 동의 없이 강요할 수 없습니다. 자가격리 기간 노동자가 출근하지 않도록 지시했다면, 최소한 휴업수당을 줘야 합니다. 코로나19 검사가 끝났음에도 자가격리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노동자가 아닌 회사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 회사가 아니라 방역당국의 조처에 따라 직원이 입원하거나 격리된 경우에는 어떨까요. 이 경우 회사가 보건당국에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노동자는 반드시 유급휴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만, 확진자 발생 등으로 소독·방역을 위해 휴업한 경우 회사가 노동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닙니다. 노동부는 노동자 생계보장 등을 이유로 이 경우에 가급적 유급휴가를 인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관련 규정을 알더라도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회사의 요구를 거부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부가 이런 일에 적극 감독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코로나19로 인해 출근하지 못했던 이들의 보상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런 노동관계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거대한 ‘사각지대’입니다. 플랫폼·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는 노동자로 일하지만, 명목상 ‘개인사업자’로 계약합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일하지 못하게 됐을 때, 임금 보전 수단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어떤 이들은 오히려 자가격리 기간에 대체인력을 고용하는 비용까지 내야 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사각지대는 5인 미만 작은 사업장입니다. 이곳은 연차휴가·휴업수당 등에 관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이런 사각지대 노동자들에게도 노동관계법이 적용돼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준용 사회정책팀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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