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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택배 노동자, 28년 ‘공짜노동’ 분류작업에서 해방됐다”

등록 :2021-01-21 18:17수정 :2021-01-22 09:15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택배 분류작업 책임 문제 등에 대해 최종 합의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합의 관련 기자회견이 끝난 뒤 택배노동자 대표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택배 분류작업 책임 문제 등에 대해 최종 합의한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합의 관련 기자회견이 끝난 뒤 택배노동자 대표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논의해온 사회적 합의기구가 분류작업의 책임을 회사가 지도록 명문화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분류작업은 그동안 ‘공짜노동’으로 불리며, 택배기사를 과노동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합의가 지지부진하며 27일 파업을 예고했던 전국택배노조는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사회적 합의기구)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을 발표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노조 쪽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택배사 쪽인 한국통합물류협회, 정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더불어민주당 민생 연석회의, 소비자 단체 등이 참여해 지난달 초 출범했다.


분류작업 택배사 책임 명시

합의문에는 우선 택배기사의 업무를 ‘집화·배송’으로 정하고, 분류작업은 택배사가 책임지도록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분류작업의 비용과 책임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도 분류작업의 책임 소재가 명시되지 않았는데, 이를 보완하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명절 등 업무가 늘어나는 성수기에는 5시간 이상 분류작업을 하는 택배노동자의 비율이 62.6%에 이르렀다. 합의문에는 자동화 설비가 없는 등의 이유로 택배노동자가 불가피하게 분류작업을 수행하게 되면 택배사와 영업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분류작업을 위한 인력 증원도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씨제이(CJ)대한통운은 4천명, 한진·롯데는 1천명의 분류인력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현장에서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국인 구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사업장 등에 방문취업비자(H-2)를 지닌 동포 외국인력 채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택배사들은 합의에 따라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에도 나서야 한다.

심야배송 제한, 지연배송 허용

사회적 합의기구는 밤 9시 이후 심야배송도 제한하기로 했다. 택배노동자의 주 최대 작업시간은 60시간, 일 최대 작업시간은 12시간 이내를 목표로 삼기로 했다. 심야배송을 막기 위해 배송 예정일로부터 최대 2일 뒤까지는 지연배송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택배 표준약관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조건과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택배운임 현실화도 추진한다. 이를 포함한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방안은 사회적 합의기구의 2차 합의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설 연휴 기간(2월11~14일)을 포함해 오는 25일부터 새달 20일까지를 ‘택배 종사자 보호 특별관리 기간’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합의했다.

21일 서울시내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시내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물건을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 “분류작업서 완전히 해방”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한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도입 28년 동안 ‘공짜노동’이었던 분류작업으로부터 택배노동자들이 완전히 해방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는 “합의문은 구체적이고 문제가 된 부분들에 대한 대책이 상당 부분 담겼다. 사회적 합의기구가 조금만 더 일찍 구성됐으면 한명의 사망이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택배요금 산정 때 ‘백마진’(리베이트) 등의 문제는 2차 합의를 통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7일로 예정된 파업을 위해 전날부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던 노조는 이번 합의 도출 뒤 긴급중앙집행부 회의를 열고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단체교섭이 결렬돼 파업을 선언했던 우체국택배 노사도 이날 사회적 합의를 준수하기로 단체협약에 명시하면서 협상을 타결했다.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우체국택배 노사 단체협약에 사회적 합의 내용이 명문화됐다”며 “각 택배사가 귀감으로 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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