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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성과연봉제는 평생인턴제…동기들 밟는 경쟁 평생 하라니”

등록 :2016-10-06 05:01수정 :2016-10-06 10:22

[오늘의 스포트라이트]
“우리가 왜 파업을 했냐고요?”
공공·금융부문 30대 6명의 솔직토크
지난 4일 저녁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 30대 직장인 6명이 모였다.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걸고 공공·금융부문이 2주째 벌이고 있는 연쇄 파업에 참가하고 있거나 참여했던 코레일·국민건강보험공단·청소년활동진흥원·서울대병원·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노동자들이다. 밤 12시까지 5시간 동안, 이들은 함께 파업하고 집회하면서도 몰랐던 속내를 서로 털어놨다. 실명과 나이 등 개인정보는 적지 않고 사진은 원하는 사람만 공개한다.

코레일 “성과연봉제는 ‘평생인턴제’라고 생각한다. 인턴 동기들을 밟고 일어서 정규직이 됐는데, 그런 경쟁을 평생 해야 한다고 해서 파업에 참여했다.”

기업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고객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상품인데, 한달에 4~5계좌씩 팔라는 할당이 떨어졌다. ‘1만원만 넣어주시면 안 될까요’ 하며 구걸하듯이 팔았다.”

청소년활동진흥원 “청소년들이 매기는 평점이 월급으로 연결된다. 프로그램 질보다는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에게 더 잘 보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성과주의는 일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기업은행(이하 기은) 국책은행이다 보니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상품 판매 실적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되고, 기관 평가에 반영되는 상품들이 개인 실적평가에도 반영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아이에스에이)는 은행에나 고객에게나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지난 상반기에 아이에스에이를 개인당 한달에 4~5계좌씩 팔라는 할당이 떨어졌다. 동기들끼리 서로 사주고, 고객에게도 “1만원만 넣어주시면 안 돼요?”라며 구걸하듯이 팔았다. 특히 지점장이 승진을 앞둔 경우엔 실적 압박이 더 세다. 은행에서만 200만개 이상 팔렸지만 그중 80%는 가입금액 1만원 이하인 ‘깡통계좌’인 걸로 밝혀지기도 했다. 노조의 문제 제기로 개인실적평가에선 결국 빠졌다.

코레일(이하 철도) 코레일에 입사하기 위해 철도 관련 비정규직으로 3년 동안 일했다. 구의역 김군처럼 승강장 안전문 정비도 해보고, 서울역 물류하청으로도 일해보고, 경전철 승무 업무도 했다. 쉴 틈 없이 정규직 될 것만 바라보고 일했다. 코레일 공채에 합격해 석달 인턴 끝내고 석달 전 정직원, 부기관사가 됐는데, 성과연봉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 성과연봉제는 ‘평생인턴제’라고 생각한다. 인턴 중 80%만 최종합격했다. 동기들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경쟁을 평생 해야 한다는 게 싫다.

청소년활동진흥원(이하 청소년) 여성가족부 산하로 국립청소년수련시설 5곳을 운영한다. 이미 6년 전 전 직원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프로그램 만족도 평가’를 하는데, 이 평가가 바로 개인 급여와 연계된다. 프로그램의 질보다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에게 잘 보일까 고민하게 된다. 자유시간을 더 주거나,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늘릴 수밖에 없다. 평가할 때마다 청소년들한테 5점 만점 달라고 “독수리 몇 형제~? 5형제~”라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 공단 지사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업무를 담당했다. 부당수급 적발 금액이 성과평가에 반영되다 보니, 모든 장기요양기관을 부당 기관으로 색안경을 끼고 봐야 했다. 계속 오르는 목표금액을 맞추려고, 다른 지사에서 부당수급 자진신고서를 빌려오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건강보험료 생계형 체납자들이 많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은행 계좌가 압류되는데, 사연을 들어보면 보험료 낼 돈이 없는 분들이다. 성과연봉제가 전면 도입되면 보험 재정을 위해서 징수율을 평가할 것이고, 그렇다 보면 체납 독촉을 위해 급여계좌 압류도 늘어날 거다.

서울대병원(이하 병원) 얼마 전까지 중환자실에서 일했다. 중환자실에선 내 담당 환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위급해지면 다른 간호사들이 달라붙어 일사불란하게 서로를 돕는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과연 이런 협업이 가능할까? 자진해서 도왔다가 내 환자를 놓칠 수도 있는데? 사람 생명을 다루는 데 성과급제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신용보증기금 신보는 중소기업 도우라고 있는 곳이다. 만약에 보증을 잘 서줘서 중소기업이 얼마나 잘됐는지를 평가한다면 그건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지점평가를 보면, 도대체 어떤 기준인지 알 수가 없다. 평가 항목이 수십개가 되는데다가, 누군가는 1등을, 다른 누군가는 꼴등을 해야 한다. 다 같이 일을 잘하면 다 같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꼴등을 해야 하니 문제가 생긴다.

정부는 호봉제가 능력·성과 반영 못하고 청년채용도 막는다는데

건보 ‘쩜삼’ ‘쩜오’라는 말 있다. 1명이 0.3명, 0.5명치의 일밖에 못한다는 말이다. 나는 그래서 연차가 쌓이면 적어도 ‘쩜칠’ 이상은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연차 높은 선배들이 그만큼 경험과 경륜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동안 정책이 자주 바뀌어서 새 정책이 나오면 우리는 문서를 찾아야 하는데, 20~30년 된 선배들은 그게 머릿속에 다 들어 있어서 문제를 해결해주곤 한다. 민원인 상대도 우리보다 낫다.

철도 코레일은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하면서 1310명을 채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인력부족분 500명과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81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선배들이 임금 삭감 감수하면서 합의를 한 것인데 올해 채용된 사람은 560명밖에 안 됐다.

건보 청년채용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약속 이행을 안 한다. 그러니까 정부가 하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다. 지금 정부는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를 연계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앞으로 20~30년을 더 다녀야 하는데….

기은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회사와 선배들에게 너무 실망했다. 자꾸 직원들한테 “희생해달라”고 한다. 행장은 임기 채우면 떠날 사람이고, 우리는 남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청소년 사실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 ‘귀족 노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공공기관이라고 다 고임금을 받는 게 아니다. 우리는 초봉이 2400만원밖에 안 된다. 기관별 임금격차가 심각한데 무조건 성과연봉제 도입하라고 하니 불만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당수급 적발 금액이 성과평가에 반영된다. 목표금액을 맞추려고 다른 지사에서 부당수급 자진신고서를 빌려오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선 내 담당이 아니어도 어떤 환자가 위급해지면 함께 달라붙어 돕는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이런 협업이 가능할까.”

신용보증기금 “성과연봉제가 되면 똑같이 일을 잘해도 누군가는 1등을 하고 누군가는 꼴등을 해야 한다”

파업이 정규직의 ‘이기적 행태’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병원 우리는 필수공익사업장이라 모든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성과연봉제 문제점 알리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병원에서 환자들 만나서 설명드리면 많이들 공감해주신다. 지하철이나 철도에 붙어 있는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스티커 볼 때마다 힘이 나기도 한다.

건보 우리도 27일부터 무기한 파업 중인데 시민들이 철도만 알고 우리는 잘 모르더라. 무노동 무임금이다 보니 당장 이번달 월급에 대한 걱정이 있다. 회사에서 지난 주말에 모든 직원에게 임금 손실이 우려된다면서 복귀하라는 호소문을 보냈다. 별다른 논리 없이 임금만으로 회유하려는 회사가 시시해 보였다.

철도 ‘그들만의 파업’이라고 비판하지만,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전 영역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나는 ‘내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밥그릇 지키기’라고 생각한다. 나도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정규직만 보면 괜히 미웠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힘든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런데 비정규직과 저임금 일자리를 없애고 좋은 일자리 늘리는 게 정부의 임무인데, 정부는 자꾸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죄지은 사람처럼 보게 만들면서 이간질을 시킨다.

병원 사실 같이 파업을 하지만 오늘처럼 다른 사업장 얘기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공동집회를 해도 그냥 같이 앉아 있을 뿐이지 다른 사업장에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노조가 집회할 때도 사람들에게 내용을 잘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경직된 집회·행진으로는 시민들이 공감한다 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대학교 축제나 퀴어퍼레이드처럼 축제 형식을 빌려 아이들이랑 같이 올 수 있는 집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진행·정리/박태우 정은주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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