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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인천공항 소방 비정규직 “불나도 문고리 하나 맘대로 못 부숴”

등록 :2014-05-25 20:11수정 :2014-05-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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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무너진 나라] ⑤ 비정규직에 맡겨진 안전

한해 4천여만명 이용 인천공항
‘안전 최일선’ 소방대는 비정규직
현장 지휘권 없고 배상 책임까지

노후 장비 교체에도 시간 오래 걸려”
‘안전 업무 외주화 금지’ 입법화 필요
“직업윤리를 생각하면 세월호 선장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죠. 하지만 배가 침몰하는데도 비정규직이었던 선장이 탈출 지시보다 먼저 회사에 전화했던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외주업체 직원인 저희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거든요.”

지난 21일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박수민(가명) 소방대원은 간접고용 노동자다. 여객터미널 2층에 있는 ‘인천공항 소방대’ 문패에는 ‘신고전화 국번 없이 119’라고 적혀 있지만 박씨는 소방서 공무원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도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기본 3년, 2년 추가연장이 가능한 도급계약을 맺은 주식회사 ‘한방’ 소속 직원이다. 이들은 ‘한방’에 정규직으로 고용돼 있지만 회사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10월 만든 ‘인천국제공항 소방대 운영용역 과업내용서’를 보면 이들은 항공기 사고와 화재를 포함한 각종 사고에 대한 진압·구조·소방·구급·사전예방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여의도 7배 크기인 인천공항(5616만8000㎡)에서 벌어지는 모든 안전 문제에 대한 대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아닌 외주업체에 소속된 이들 208명의 몫이다.

세월호의 선장은 비정규직이었다. 선장은 위급상황 시 배와 승객들의 운명에 대한 최종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하는 존재지만, 세월호 선장은 그러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천공항 소방대원들은 ‘인천공항판 세월호 사건’을 떠올린다. 이재원(가명) 소방대원은 “세월호 참사 터지고 ‘인천공항에서 저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라고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소방 비정규직 “불나도 문고리 하나 맘대로 못부숴”

이들은 지난해 4148만여명이 이용한 인천공항 안전의 최전선에 있는 존재이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다. 전체 소방대의 ‘선장’ 격인 소방대장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간접고용된 노동자다. 공항 안에서 비행기 사고, 건물 화재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최종 지휘권은 인천 중부소방서장에게 있다. 간접고용된 소방대장은 인천 중부소방서장이 도착하기 전까지만 임시로 현장을 지휘한다. 이태호(가명) 소방대원은 “인천공항 소방대가 공항과 비행기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뛰어가지만 현장 지휘권이 없다”고 말했다.

박수민씨는 “오래된 구급장비를 바꿔달라고 하거나 최신 구급장비를 사고 싶어도 우리 회사(한방)에 얘기하면, 회사가 다시 인천공항공사에 얘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현장 사정을 모르니 모든 기준이 비용이다. 내가 정규직이었다면 내 의견을 무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과업내용서를 보면 ‘계약자(협력업체)는 자재 구매 시 구매방법 등을 사전에 공사에 제출하여 반드시 협의 후 구매하여야 하며, 당해 물품 입고 시 반드시 공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10년 넘게 근무한 김지원(가명) 소방대원은 “문고리 하나도 내 마음대로 부수고 들어갈 수 없는데 공항 건물 안에서 만약 화재가 난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규직이 아니다 보니 모든 일에 나중에 돌아올 책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는 업무와 관련해 공사 또는 제3자에게 인적·물적 피해를 입혔을 경우 그 배상 책임을 모두 부담하게 돼 있다.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나 행정상 벌금이 공사에 부과될 경우에도 협력업체가 일체의 책임을 지면서 공사를 ‘면책’시켜야 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매뉴얼이 항상 현장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현장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 항공사 출국 수속대에서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공항/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인천공항 항공사 출국 수속대에서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공항/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도 이들의 업무안정성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인천공항의 안전을 갉아먹는다.

인천공항공사는 소방업무 협력업체와 3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2000년 7월 인천공항 소방대 창설 이후 지금까지는 한 업체와 계속 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만약 업체가 바뀌면 고용이 승계될지는 불투명하다. 월급도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낮다.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3년 공개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현황을 보면, 정규직 직원 연봉이 8584만원일 때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그 38.2%인 3276만원에 그쳤다. 같은 해 소방대원의 평균 월급은 255만5193원이었다. 근속수당은 없다. 그러나 소방대를 운영하는 협력업체는 1년 계약금액 90억2500여만원 중 인건비로 54억2300여만원, 관리·운영비로 28억8900만원을 쓰고 7억1300만원의 이윤을 남기고 있다. 관리·운영비는 직접 고용할 경우에는 필요 없는 돈이다.

미래가 없는 직장을 사람들은 자꾸 떠난다. 1년 평균 이직률이 20% 정도다. 김지원씨는 “내 일에 자부심은 있지만, 급여, 고용 안정, 미래성을 생각하면 자괴감이 든다. 사람들이 일을 배울 만하면 자꾸 떠나니 적정한 업무 숙련도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재원씨는 “만약 세월호 같은 사고가 나면,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보다도 크니까 업무를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내가 죽거나 다치면 누가 책임져주나’ 하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호씨는 “소방서 공무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그들은 죽으면 순직이고 우리는 죽으면 사망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화재구난 책임 외주업체 몫
소방대원들 3년 단위로 도급계약
고용불안·낮은급여로 이직률 20%
“세월호 선장 한편으론 이해도 돼”

“원청은 현장 모르니 비용이 기준
노후장비 교체에도 시간 오래걸려”
‘안전 외주화 불가능’ 입법화 필요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소방대원만이 아니다. 2013년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6927명 중 정규직은 937명에 그치고 나머지 5990명(86.5%)은 간접고용 노동자다. 10명 중 9명이 광의의 비정규직인 셈이다. 기자가 지난 21일 인천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역에 도착한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여객터미널 3층까지 올라가면서 만난 에스컬레이터를 닦는 청소 직원, 화분에 꽃을 심는 직원, ‘시큐리티’가 쓰여진 조끼를 입은 경비요원, 안내 직원, 국제선 탑승 구역 앞에서 여권을 확인하는 직원 모두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공항을 이용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을 만날 확률은 ‘0’에 가깝다.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닌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하청업체가 업무와 고용관계의 책임을 지게 하는 ‘간접고용’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퍼졌다.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때보다 ‘비용’이 적어 효율적이란 이유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출범한 인천공항공사도 이런 흐름 속에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화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조6046억여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4500여억원을 비롯해 2004년부터 10년 연속 흑자를 냈다. 그럼에도 간접고용 비중은 줄이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의 의지도 문제지만 공사의 인건비를 통제해 사실상 정규직 인원을 관리하는 정부 정책도 문제다. 항공운수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업무가 정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신체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 규정돼 파업 등의 쟁의행위가 제한되는 필수유지업무 중 하나다. 안전을 이유로 노동권은 제한하지만, 비용을 이유로 정규직을 쓰지는 않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어차피 사고 안 난다’는 안전불감증 때문에 안전의 영역마저 비용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안전 관련 영역은 외주화가 불가능하도록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쪽은 “소방대는 소방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했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고, 공항에서 지금까지 큰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 소방대 등 정규직화 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지 공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천/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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