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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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열에 여섯은 태풍이나 폭염 같은 긴급한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평상시처럼 출퇴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5월31일∼6월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자연재해 상황 출근 경험’을 물은 결과, 태풍이나 폭염,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로 정부가 재택근무나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권고한 상황에서 평소처럼 정시에 출근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직장인 61.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28일 밝혔다. 직장인 15.9%는 이런 자연재해 상황 때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괴롭힘이나 불이익을 당하거나 주변 동료가 경험한 것을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가 공무원과는 달리 노동 관련 법 제도가 민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공무원이나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은 ‘천재지변, 교통 차단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출근이 불가능한 때’엔 공가를 승인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엔 자연재해 등에 따른 휴업, 휴가, 출퇴근 관련한 규정이 따로 없어 사업장마다 취업규칙이나 사업주 재량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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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카카오톡 제보를 보면, 체육시설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근로계약서에 비와 눈으로 인한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소장이 비 오는 날마다 쉬라고 한다. 이번 달은 장마로 인해 12일도 일하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 단체의 조주희 노무사는 “현행 법령상 사용자가 허용하지 않는 한 천재지변 등 재난 상황이라도 지각과 결근은 ‘근로자의 귀책사유’일 뿐이고 그로 인한 불이익은 오로지 노동자 책임”이라며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 기후위기로 인한 긴급한 자연재해 때 쓸 수 있는 ‘기후유급휴가제도’를 신설하거나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을 이유로 한 결근은 그달에 노동자가 일해야 하는 소정 근로일수에서 빼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