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의료원에서 ‘세브노조, 주4일제 실험의 중간점검 보고회’가 열렸다. 김해정 기자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의료원에서 ‘세브노조, 주4일제 실험의 중간점검 보고회’가 열렸다. 김해정 기자

“저는 임금이 줄어도 행복했어요. 일도 줄어들어서. (주4일제)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스트레스가 없다고, 너무 행복하다고, 이제 다들 그만둘 생각을 안 해요. 사직률과 사직 욕구가 확 떨어졌어요.”(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사업 참가 간호사)

노사 합의로 주4일제 시범사업을 하는 서울 신촌과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 시범사업 뒤 간호사 퇴사율이 0%를 기록하는 등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범사업 연구를 맡은 사단법인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의료원에서 공개한 주4일제 중간점검 보고서를 보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는 사업 시행 전 17.4%가 이직이나 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는데, 시행 이후엔 10.0%로 떨어졌다. 시행 병동에서 일하지만 주4일제에 참여하지 않은 간호사의 이직·퇴직 의향도 31.8%에서 22.9%로 떨어졌다. 실제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연세대세브란스병원 171, 172병동에선 2019년부터 해마다 간호사 3~6명이 퇴사했는데, 올해는 6월까지 퇴사자가 없다.

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도 시범사업 시행 전 10점 만점에 3.7점에서 시행 뒤 6.2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병원 쪽의 소득이라 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의료서비스 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응답은 시범사업 전 55.4%에서 66.3%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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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노사는 지난해 8월 주4일제 시범사업을 1년간 진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맺었다. 주4일제에 참여하는 간호사에 대해선 임금 10%를 삭감하는 조건이다. 이런 식의 주4일제 시범사업은 국내 병원에선 첫 시도다. 간호사 30명이 6개월씩 나뉘어 참여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퇴사 의향 감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수치”라며 “병원 간호사는 불규칙한 교대 근무와 높은 업무 강도로 퇴사율이 높은데, 주4일제 도입으로 퇴사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 노사는 지난달 주4일제 시범사업을 1년 연장하는 내용의 단협에 합의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