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주노동자인 ㄱ씨와 ㄴ씨는 ‘컨테이너’에 살았다. 근로계약서상 주소는 이 곳 컨테이너가 아니었지만, 사업주는 허공에 뜬 상태로 위험하게 설치된 컨테이너 한 채를 이들의 숙소라고 안내했다. 숙소 상황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등 업무 환경도 열악했다. 숙소 난방이 되지 않고 화장실이 없다고 불편함을 호소하자, 사업주는 ‘피해보상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사업주는 △와이파이 설치 비용 26만원 △격리 비용 30만원 △싱크대 및 가스 설비 63만원 등 7개 항목을 더해 “1인당 650만원을 지불하면 고용계약을 해지해주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이들은 마지막 임금 약 15일치를 포기하겠다는 조건으로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었다.
이들처럼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3일 지난해 10월 말부터 상담, 제보 등을 통해 취합한 숙소 사례 26건을 모아 서울고용노동청에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임시가건물 기숙사 전면 실태조사 및 근본대책 촉구 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 사례를 보면,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이나 길가에 인접한 컨테이너 등 임시 가건물에 지내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서에는 ‘주택’으로 적어놓고 냉·난방 장치가 없거나 비가 오면 침수가 되는 숙소를 제공한 사례다. 이주노동자들은 이 숙소를 이용하며 월 20만∼50만원을 숙소비로 공제받아야 했다.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된 폐가에 머물게 하며 월 30만원을 숙소비로 받은 경우도 있었다.
평등연대는 이날 오전 민주노총과 함께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숙식비 지침 개선과 열악한 주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숙식비 지침 개선을 위한 티에프(TF)만 운영했을 뿐, 철저한 현장 실사도 제대로 된 제도 개선도 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기존 임시 가건물은 변함없이 기숙사로 사용되고 있고, 그 비용을 이주노동자가 지불하는 비상식적이고도 부끄러운 현실을 확인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이주노조와 이주인권단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전 산업에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방안으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를 올해만 11만명을 더 늘린다고 했다. 정부는 열악한 일자리에 ‘노동력’만 채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가진 ‘사람’이자 ‘노동자’가 오는 것임을, 이주노동자는 사람이고 노동자임을 직시하고 그에 기반한 권리보장 정책을 즉각 실시하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행 숙식비 지침 개선 요구와 관련해 지난해 9월부터 노사정이 참여하는 실무TF를 운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노동부는 지난 2021년부터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등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신규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임시숙소 인증을 받은 경우에는 고용을 허용하고 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많은 제조업 회사들이 제공하는 숙소도 열악한 컨테이너인데, 지자체에 임시숙소로 신고했다고 해서 노동부 고용센터는 기숙사로 인정해주고 이주 노동자 사업자 변경도 해주지 않는다”며 “우리가 알다시피 이 임시 가건물들은 사람 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위원장은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대책을 빨리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